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취향과 취미를  말하지 못했던 이유.

02.Friday 3:13_채채

 


 언젠가부터 취향이 확고하고 취미가 확실한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예요?” “어떤 걸 좋아해요?”를 물으면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아쉽고 때로는 한심하게 느껴졌다.(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자신 있어한다) 나는 왜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걸까? 나는 정말 취향과 취미가 없는 사람인 걸까?


취향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첫 번째 이유 , 좋아하면 좋아한다 왜 말을 못 하니!

 나도 분명 조금 ‘더’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다양한 주종 중에 맥주를 특히 좋아한다. 와인도 전통주도 좋아하지만 맥주를 더 선호하고 더 자주 찾게 된다. 그런데 맥주가 취향이라고 하기엔 맥주의 종류는 무엇이 있고 그 종류엔 어떤 브랜드가 있으며 어떠한 맛과 특성을 가진다… 등의 전문적 지식을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섣불리 말하기 어려웠다. 취미 또한 그렇다. “내 취미는 캠핑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전국에 어느 캠핑장이 좋고 캠핑도구는 어떤 걸 쓰는 것이 좋고 용품은 어떤 브랜드가 있고 요즘 대세는 무엇인지 등의 꽤 구체적인 정보력과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핫 한 캠핑장에 가서 sns에 업로드까지 해줘야 비로소 진정한 취미라고 말할 자격(?)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야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나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며 살아가는 쿨내 나는 현대인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이것 자체가 아주 쿨하지 못하다ㅋㅋ)


두 번째 이유 , 일 하는 것이 저의 취향입니다만..

 워라밸, 일과 라이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요즘에 일 이꼴 취향이라고 말하는 게 특이한 걸까? 흔히들 말하는 요즘 트렌드랑은 먼 이야기인 걸까? 나는 프리랜서이고 이 일의 장점은 내가 선택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일정 조율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서 나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단점은 나의 컨디션이 좋아도 일이 없으면 쉬어야 한다. 또 분명 일을 선택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들로 주 6,7일 근무를 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럼에도 프리랜서의 삶을 고집하는 이유는 나는 일 하는 나의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어딘가에 적절하게 쓰임 받는 그 상황이 무척 즐겁고 나를 찾는 그 사람들의 바람에 때론 우쭐해지곤 한다. (약간 재수 없을 수 있겠다) 물론 원치 않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는데 점차 내가 좋아하고 나의 성향에 맞는 일들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의 맛을 알아버렸다) 일 하는 나의 모습이 나의 취향이 되었다. 나아가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역할’에 집중하는 편이어서 딸로서 누나로서 친구로서 나의 임무를 다했을 때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거의 모든 관계를 일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나르시시즘과 자아도취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나의 모습이 퍽 웃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사진 않을까 살짝 겁이 나는데 나는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일 하는 것이 저의 취향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겠어.

 아니, 사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나. “일을 마치고 마시는 맥주는 최고야! 그 시원함은 날 행복하게 해!! 내 스타일이야~” “자주 가지는 못해도 캠핑을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참 즐거워! 내 취미야~”라고… 끌림 그대로 편하게 얘기하면 될 일이 아닌가. 물론 혹자는 ‘취향’이라는 의미를 가볍게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 세상, 신경 쓸 일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조금은 너그럽게 그리고 심플하게 살아보자 말하고 싶다. 또한 남들 쉬는 휴일에 일을 하고 남들 일 하는 평일에 쉬는 내가 굳이 월요병 불금,, 공감되지 않는 그 상황에 나를 맞추며 여느 직장인의 모습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만두고 나의 일이 곧 취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큰 애정으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취향,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