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인턴. 작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이다. 세련된 가벼움과 풋풋한 이미지에서 젊음이 느껴진다.
브런치는(Brunch)는 브렉퍼스트(Breakfast)와 런치(Lunch)의 합성어로, 아침 겸 점심을 뜻한다. 요즘엔 젊은 엄마들이 자녀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나서, 카페에서 학부모 브런치 모임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브런치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사람들이 예배 전에 금식하고 예배 후에 늦은 아침을 먹는 것에서 브런치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20세기 초, 뉴욕의 신문 《더 선(The Sun》의 기자였던 프랭크 오말리가 낮에 아침을 먹는 당시 기자들의 식사 문화를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몇 년 전, 진주에서 작은 서점 겸 카페를 운영하는 92년생 브런치 작가를 만났다. 브런치란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브런치에 카페 창업기를 연재하다가 밀리의 서재X브런치‘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에 선정되어, ≪엄마가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를 출간했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후, 실물 종이책을 넘어 이제는 오디오북까지 2차 콘텐츠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한 명의 독자이자 이웃 벗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성수동 토로토로 스튜디오에서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첫 ‘브런치 스토리 팝업스토어’. 주제는 ‘WAYS OF WRITERS: 작가의 여정’이었다. 관람 및 체험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브런치스토리 팀은 이 거대한 공간을 한 권의 책처럼 구성하였다. 그들은 이 전시 공간에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길 바라며, 지난 9년간 작가의 탄생부터 성장까지의 여정을 팝업 전시에 담았다고 한다. 전시 공간은 한 권의 책을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오프라인으로 옮긴 콘셉트이다. 프롤로그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Chapter 1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Chapter 2 ‘계속 쓰면 힘이 된다’, Chapter 3 ‘나의 글이 세상과 만난다면’, 에필로그 ‘작가라는 평생의 여정’ 등 총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참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힘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입장할 때 받은 ‘작가의 여정 워크북’ 24면에 있는 ‘브런치북 기획하기’를 수행하면 인증 절차를 거쳐 인턴 작가로 등록된다는 점이다. 인턴 브런치 작가는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일인 10월 27일까지 3편 이상의 글을 올리면 정식 작가로 전환된다고 한다.
작가 신청이나 심사 제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그동안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반복해서 도전하며 여러 번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예비 작가들. 얼마나 기쁠까!
나의 ‘브런치북 기획하기’의 제목은 ‘노년의 즐거운 생활’이다. 키워드는 ‘악기야 놀자! 글쓰며 놀자! 경제야 놀자!’이다. ‘에필로그 데스크’로 가서 워크북 24면을 보이고, 내 사진이 들어간 브런치 인턴 작가 카드를 발급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작가의 여정’ 워크북과 스티커로 된 질문지, 작가들의 글쓰기 레시피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가슴에 와닿는 질문과 레시피를 읽으며, 내가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나의 관심사는?”
“나는 내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을까?”
“남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경험은?”
그리고, 정혜윤 작가의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쓰기’ 레시피로 글쓰기에 도전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녹음기를 켜놓고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막막할 때 는 실제 인물을 상상해 보세요. 생각 정리가 덜 돼서 횡설수설해도 녹음본이 단서가 됩니다. 초안을 마련하고, 퇴고를 시작합니다.”
요즘 사회적 이슈인 치매와 노노(老老)간병, 그리고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 오늘,’을 운영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삼아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를 하며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과 뒤이어 따르는 잠 못 이루는 밤의 고통은 비례할 것이다. 일단 초안을 마련했으니 끊임없이 수정해야 할 텐데…. 고통의 시간이 길겠지만,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 일까지 세 편의 글을 써서 보내야 한다. 아직 나는 브런치 인턴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