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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May 28. 2023

identity

2.  identity


무리가 있으면 반드시 미친놈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미친놈이 누군지 모르겠으면 내가 바로 그 미친놈이라는 말이 있다. 해서 내가 미친놈인 건 정확히 알겠는데 이 수많은 다른 미친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얼마 전 sns에 출국하는 듯한 탑스타의 모습이 담긴 짧은영상이 올라왔고, 몸짓이 흐느적거린다며 수백 개의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

형체도 없는 정상적인 것, 올바른 것이라는 광장에 놀랍게도 미친놈들의 집단 지성이 평화로운 대통일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메시아는 sns를 통해 오실 건가 보다.

내가 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냐면, 관계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이미 서로 어휘가 많이 공유된 사람들을 주로 만나거나, 아니 그보다는 관계에 뭔가 의미 부여를 하는 부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때문인지 나와 친하다고 말하는 전혀 의외의 인물들이 나는 때때로 당혹스럽다.

그리고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당연한 몇몇 사람을 빼면 당사자들마저 꽤나 의외 일건대, 예를 들면 이 전에 올린 글에 댓글을 단 그 친구가 그렇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말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내가 선택한 직업 때문에 그랬지만, 지금은 내 생각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옳은 것, 맞는 것의 세상에서 이제 나는 로봇이 되었다.

그러나 현상으로 보면 나에게 너는, 너에게 나는, 너에게 그는, 그러니까 우리는 다르지 않다.

원래부터 우린 만날 수가 없는 것일 뿐이다.

만나려고 할수록 너도 미친놈, 나도 미친놈인 거다.

미친놈들의 무리에서는 누가 누가 더 미친놈인가.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언젠가 만날 거다.

최종적으로는 죽음에서. 완벽하게.

어찌 됐든 그전까지는 우린 계속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나는 가는 거다. 빚을 탕감할 목적으로 모은 재산의 절반을 연극에, 남은 재산을 마약에 탕진한 어리석은 지난날에서 나는 지금 얼마큼 걸어 나온 걸까.

복잡한 것들이 쉬워지는 만큼씩 우리는 만나고 있는 중이다.

나와 너, 우리의 세계가.


3. the Day of Buddha'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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