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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Mar 12. 2023

내가,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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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태어나서

연약함 속에 존재를 이어가다가 우연하게 죽는다. - 사르트르


돌이켜 보면, 되돌렸으면 하는 나쁜 일이 몹시 많았다.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굳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것은 어떻게 됐든 지금으로 오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하거나 잘하지 못한 건 중요하지 않아. 그냥 상황이 이렇게 흘러 왔을 뿐이지.

밖에 나가 본 지가 얼마나 됐지. 가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미니는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잘 정돈하고 날이 좋아서 날이 좋은 걸 보려고 나갔다.

두 명의 동창과 만나 그저 그런 날들이 순환되는 그저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미니는 자신이 사회성이 무척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에, 옆에 앉은 두 명의 메시아와 같은 곳에서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다가 미니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옆에 앉은 그 하얗고 작은 여자애를 미니는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우리는 언젠가 같은 세상에서 만나게 될 거야.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이제 뭘 하지' 알 것도 같았다.

축축한 회색빛으로 밤이, 미니의 마음이 물들어갔다.


미니는 밤새 기억을 태웠다.

먹먹한 눈물이 가슴에 차올라 마지막 한 방울로 넘치려고 하는 찰나에, 미니는 그것을 삼켜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고통이 있는 것이다.

달이 참 하얗고 예쁜 날이었다.

미니는 질문을 떠올렸다. '나는 누구지' '세계는 무엇이지' '나와 세계의 관계는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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