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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Jan 10. 2022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얼마나 유명한 말인지, 이와 관련되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을 정도다. 나름, 순탄했던 청춘시절을 보냈던 나는 32살 현재, 첫 고생을 정말 내 돈 주고 사서 하고 있다. 


  나는 얼마를 주고 고생을 샀을까? '프랜차이즈 카페 인테리어, 집기류, 가맹비 등등해서 1억 정도에 보증금 4천만원, 보증금은 빼야 하나, 아냐 월세 못 내면 거기서 빠지니까 넣어야지' 못 해도 1억 5천 정도를 들여서 고생을 하고 있다. 

                                                       '다시 주워담고 싶다'


  퇴사를 하고 처음 하고자 했던 일은 바로 무인 과일가게였다. 무인이라는 말에 굉장한 끌림을 느꼈고, 해당 과일가게를 자주 이용할 만큼 과일도 정말 맛있었다. 퇴사 후 이것저것 알아본 후 최종 결정을 하고 가맹상담을 하러 갔는데, 담당자가 나를 보는 표정이 좀 이상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미팅이 끝나갈 무렵, 담당자가 해준 말을 통해서 나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해당 브랜드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나 문자를 통해 각 점포 점주님들께 매출은 얼마나 나오는지, 밥벌이가 되는지, 힘들지는 않은 지를 알아봤었다. 그중에 한 지점에서 본사 담당자에게 '도대체 직접 찾아와서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전화가 불쾌하게 왜 오는 것이냐'라고 항의를 했던 것. 프랜차이즈 점주님들에 대한 예의를 처음으로 배운 날이었다. 정말 머리가 핑 돌았다. '아, 이거 하면서 스마트스토어 키우려고 퇴사한 건데 어쩌지...'


  결국, 그렇게 미팅이 끝났고,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이미 신뢰관계가 깨진 나에게 점포를 내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인 과일가게를 포기해야 했다. 아내를 볼 면목이 하나도 없었다. 퇴사 후 나의 계획을 자신 있게 말해서, 어렵게 퇴사를 결정했는데, 처음부터 실패라니...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후로 자영업을 포기했어야만 했다.


  그날 이후로 다시 기운을 차리고 무인 과일가게의 단점부터 분석을 해봤다. 무인 과일가게의 첫 번째 단점은 과일을 본사를 통해 납품받다 보니 마진율이 정말 적었다. 그리고 말이 무인이지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이라 계산하는 키오스크가 고장이 날 일도 많았고, 이른 새벽 손님들의 전화도 직접 받아야 했기에 실제로는 무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런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 자영업으로 내 생각의 한도 내에서는 카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카페는 마진율도 높은 편으로 알고 있었고, 내가 정한 근무시간 외에는 손님들의 전화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마침, 인연이 있던 가맹거래사님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카페가 있어서 그 카페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그 카페가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이 카페다... 고생을 사기로 결심했던 순간이다. 고생길을 전혀 예상 못했던 나는 2호점, 3호점을 꿈꾸며 행복한 오픈 준비 한 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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