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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Jan 13. 2022

6,500원의 행복

진정한 소확행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요즘은 정말 배달 없이는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배달은 우리들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도 배달을 전문으로 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배달의 비중이 높은 카페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매출만 높으면 내가 가져가는 순이익은 자연스레 높아진다고 생각을 했다. 18평 매장으로는 꽤나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실제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크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보다 큰 본사의 원가율? 주말은 쉬어야 하는 나의 인건비 정책? 아니었다... 배달 매출이 대부분인 우리 매장에서 배달 대행비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매출 대비 10% 정도가 배달 대행비로 나가는 데, 거의 배달직원 한 명을 쓰는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결국 우리는 인건비를 지금의 반절로 줄여야 한다는 소리였다. 지금은 인건비를 반절로 줄여 평일에 혼자서 근무하는 게 가능하지만, 개업 초기 카페일이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정말로 큰 일이었다. 매장과 배달을 한꺼번에 혼자 감당한다고? 그 당시에는 절대로, Never, 불가능했다. 


  여느 날처럼 배달이 들어왔는데, 마침 바로 위 아파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다. 평일에 같이 일 하는 직원은 혼자서도 매장에 있을 수 있어서 '내가 한 번 배달을 가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소에도 갈 수 있었지만, 배달이라는 일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에 갇혀 한 동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달 대행비가 많다는 것을 인지한 지금, 한 번쯤은 경험을 해봐야 했다. 배달을 가는 김에 머릿속으로 내가 얼마를 버는 건지 계산을 해봤다. 


'고객님이 내주시는 배달 팁 2,500원, 배달 대행료 4,000원을 아꼈으니 6,500원을 번 거네? 6,500원? 그것도 5분 만에!?' 


'미국 형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대박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6,500원이라니! 만 원짜리 주문을 배달해도 남는 게 6,500원이 안 되는데, 배달 한 번에 6,500원이면 카페 사장인 나에게는 정말로 큰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배달을 가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아쉽게도 지금은 아내와 바디 프로필(가게를 하면서 몸이 만신창이가 된 김에 제대로운동을 배워보려고 도전, 몸은 힘들지만 생각보다 맑은 정신상태를 가지게 되었음)을 준비하는 바람에 직원이 있는 시간에 운동을 해야 해서 직접 배달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쉽지만, 직접 배달은 바디 프로필을 찍은 이후로 미뤄야 한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내내 6,500원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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