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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선 Sep 30. 2023

고사로 떠나는 여행

문화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고사의 문화

오늘은 무슨 여행인가요?


바로 고사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한두 번쯤은 고사상에 올려진 돼지머리에 돈봉투를 끼워 넣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본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사실 몇몇 분들은 고사를 미신이나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하셔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친 오랜 경험과 지혜의 집결체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접근보다는 한국만의 차별화된 문화적인 가치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한국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전통을 미래 세대에 잘 간직해서 전수해 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고사를 주제로 잡은 이유는?

제가 전공이 아쟁이기도 하고 공연 연출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기업 고사를 맡아서 진행해 달라는 의뢰를 간혹 받는데요. 사실 지난주 목요일에 동탄에 신축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고사 의뢰가 와서 동탄신도시에 가서 신명과 흥을 전해드리고 왔습니다.


고사를 통해서 전통문화를 자주 접하기 어려운 건설사 종사자분들에게 전통문화의 멋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임했는데요. 15명 정도 되는 연희단 공연팀과 정성스러운 음식을 소담하게 담은 고사상까지 준비해서 멋진 고사를 지내드리고 왔습니다. 


직접 고사를 기획해서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고사(告祀)의 의미는?

네 고사는 고대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대사업 경영을 앞두고 무탈과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기원제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우선 사전적 의미는 고할고(告)에 제 사사(祀) 자를 씁니다. 액운은 없어지고 행운이 오도록 집안에서 섬기는 신에게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을 담아 정중하고 엄숙하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지하게 봉행하는 기원 행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고사라는 표현보다는 안전기원제라는 명칭으로 대체해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용산에 생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화장품 기업의 신축 건축현장에서도 안전기원제를 지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런 큰 기업들이 전통문화의 계승에 앞장서서 한국문화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공감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사의 절차는?


네 순서가 당연히 있는데요 그전에 우선 전통고사에는 전체 순서에 따라 고사를 진행하는 진행자가 따로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바로 집례관이라고 하는데요. 집례관이 순서에 따라 고사를 진행하시는 것을 집전이라고 합니다. 이 집례관님은 주로 향교나 서원에 계시는 향교장님들이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제가 예전 방송 때 말씀드렸던 향교, 서원은 지금에 비유하면 중고등, 또는 사립대학을 말하는 것이고 향교장님은 교장선생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향교장님들이 매년 서원이나 향교에서 대대로 제사를 지내셔야 하기 때문에 직접 집례관이 되셔서 제사나 고사를 집전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순서는 어떻게 되나?

생각보다 제대로 고사를 지내는 방법은 쉽지 않았습니다.

총 9개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정통 고사를 지낼 수 있게 되는데요, 집례관이 고사 개시를 알리는 얼음고사 후에 집례관은 신위를 알리고 촛대에 불을 켭니다. 그리고 대표자가 분향을 한 후, 3번씩 2번 절을 합니다. 총 6번의 절을 한 후에 대표자가 술잔을 상에 올린 후 또 다시 3번 씩 두 번 절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표자는 총 12번의 절을 하게 되는 거죠. 이것을 초헌례(初獻禮)라고 하고요 초헌례가 끝나면 집례관이 미리 준비한 축문을 낭독하는 독축을 합니다. 이어서 나머지 직원들이 나와서 천지신명님께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아헌(亞獻禮)가 이어지고 마지막 헌주를 하는 종헌례(終獻禮)로 절하는 순서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렇게 세 번의 절이 끝나면 대표자가 다시 나와서 마지막으로 축문을 태우고 두 번 더 절을 해야 합니다.


이때 두 번만 절을 하는 이유는 축문을 태우면서 이미 천지신명님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셨기 때문에 두 번만 절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망료례가 끝나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사상 음식과 막걸리를 직원들과 함께 나눠 먹는 음복으로 고사가 마무리됩니다.



돼지 머리에 꽂는 돈은 누가 가져가나?

사실 저는 고사 때 축의금이라고 생각을 해서 고사를 개최한 분이 가져가시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안 그래도 이번에 고사를 지내면서 만나 뵙게 된 집례관님께 돼지머리에 꽂힌 지폐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냐고 여쭤봤는데요, 


집례관님께서 뭐라고 그러셨냐면 돼지머리에 물린 축하금은 사업장의 대표나 집안의 가장이 사용해서는 안되고 주변인들에게 음식을 내주는 데 사용하거나 베푸는 데 사용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를 한다거나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엄이 크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로 고사는 언제 지냈나?

한 해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는 풍년기원제가 있었고 또 바다에서는 어부들이 바다에서 무사함과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 그리고 마을의 안녕과 화목을 기원하는 동제, 미지막으로 집안과 가정의 액을 물리치고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액막이제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정이나 사업에서 사회생활의 변화로 인해 현대에 와서는 고사의 의미나 내용도 변하고 있는데요, 현대의 고사/기원제는 고사의식 본래의 신앙적, 주술적 성격이 많이 약해진 반면,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널리 주위사람에게 알리고 직원 간에 새롭게 마음을 합쳐 심기일전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전통문화와 현대생활의 접목이란 점에서 일종의 이벤트성 행사로서 고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사 때 절은 몇 번 하나?

사실 고사 지낼 때마다 심심치 않게 물어보시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나운서님께서 말씀하신 바로 절의 횟수인데요,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분께는 한번 돌아가신 분께는 두 번. 신에게는 3번 절을 합니다. 즉 고사를 지낼 때는 풍요의 신 천지신명께 절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 한 사람이 세 번을 절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쉽게 기억하시려면 설날엔 한번 산소에 가시거나 제사 때는 두 번 고사를 지내실 때는 세 번을 절한다고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사를 위한 연주


'비나이다'의 어원이 고사에서 왔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고사상이 굉장히 기억이 남는데요 브랜드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굉장히 힙한 브랜드인데 재작년에 한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을 때 대대적인 고사를 지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고사 정도가 아니었고 멋진 공연도 있었는데요. 고사에서 축원을 빌며 부르는 노래를 ‘비나리’라고 하는데 원래는 남사당패 놀이의 성주 굿에서 곡식과 돈을 상 위에 받아놓고 외는 고사문을 노래로 부르면서 비나리가 되었는데요, 이 비나리가 나중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비는 '비나이다'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공동체 문화인 ‘비나리와 고사’에서 영감을 받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범 내려온다~ 이날치 밴드를 불러서 비나리로 공연을 하고 오픈 기념 고사를 지낸 것인데요. 제가 굉장히 흥미롭게 바라봤던 점은 한국 고사업체나 대행사를 시켜서 고사를 흉내 낸 것이 아니고 이탈리아 본사 크리에이티브 팀이 직접 돼지머리는 물론이고 기본 과일을 홀수로 놓는 등 고증을 거쳐서 제대로 만든 고사상을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헤리티지에 대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요. 그때 그 론칭행사를 관심 있게 보면서 솔직히 외국브랜드에서도 이렇게 한국 전통문화를 귀하게 여기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왜 이런 시도를 하지 못했을까라는 부러움이 굉장히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사를 함께 한 멤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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