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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영 Feb 21. 2022

"당신은 사랑하는 꽃이 있나요?"

덧없는 꽃의 삶 - 피오나 스태퍼드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는 언제나 꽃이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날 꽃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기쁨을 함께 할 때, 장례식에서 슬픔을 나눌 때, 결혼식 날 행복을 빌어줄 때, 우리는 마음을 듬뿍 담아 만개한 꽃을 선물합니다.


 스노드롭, 프림로즈, 수선화, 블루벨, 데이지, 엘더플라워, 장미, 폭스 글러브, 라벤더, 질리 플라워, 피나무 꽃, 엉겅퀴, 해바라기, 양귀비, 유령 난초 등 이 책은 꽃에 담긴 의미와 재미난 사연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꽃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꽃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이사를 갈 때마다 그녀는 뜨거운 모래의 고장, 예멘의 항구 도시 아덴으로 이사를 갔을 때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식물들을 골라 정원을 꾸밀 정도로 생명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어머니를 사랑했겠지요.

 

 제 마음에 가장 와닿는 꽃은 영국에서 가장 흔하고 그래서 인기 있는 데이지였습니다.


 데이지는 어떤 꽃일까요?


 데이지의 첫인상은 소박하기 그지없습니다. 계란 노른자 같은 중심축에 가느다란 날벌레 같은 잎사귀가 다닥다닥 붙어있을 뿐이죠. 화려함을 뽐내는 다른 꽃들에 비하면 초라하고 평범합니다. 영어 학명은 Bellis perennis로 Bellis는 아름답다는 라틴어 Bellus에서 유래되었으며 perennis는 영원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데이지라는 이름은 Day eye의 변형된 말이며 당시 Day는 태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태양의 눈이라는 뜻을 품은 이 작고 하늘거리는 하얀 꽃은, 밤이 되면 꽃잎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잠을 잡니다. 별이 흐르는 남색 밤하늘 밑, 어두운 청록색 들판에 진주처럼 흐드러져 있을 작고 새하얀 데이지가 상상이 가나요?


 대다수의 꽃들은 봄에 만개 하지만 성미가 급한 몇몇 데이지 꽃은 태양을 너무 선망한 나머지 계절을 가볍게 무시하고 태양을 향해 하얀 꽃송이를 활짝 펼치기도 합니다.


 그런 데이지에게 사람들은 희망과 생명력이라는 의미를 붙여주었습니다.


 누가 데이지를 이토록 사랑했을까요?


 14세기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는 데이지를 "온갖 영예로 가득하며" "아름답고 상큼한 색조의 꽃"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데이지는 완벽한 여성이자 헌신적인 아내로 표현됩니다.

 

 15세기엔 사랑의 꽃(flos amoris) 태양의 배우자(sposa solis)라고도 불렸으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애타게 사랑을 확인하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했습니다. 꽃잎을 뜯으며 사랑한다 안 한다, 장난스레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나요? 꽃점을 볼 때 쓰였던 꽃이 바로 데이지였어요.


 19세기 아티스트. 윌리암 모리스 헌트는 순진한 미인,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성을 담아냈죠. 오르세 미술관에는 '시골 처녀, 데이지 꽃'이라는 제목의 유화가 걸려 있어요.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할 때 사람들은 데이지 꽃을 떠올립니다.


 한국 아티스트 권지용이 나이키와 협업해서 만든 브랜드 '피스 마이너스 원'에서는 꽃잎이 한 장 부족한 데이지를 평화의 상징으로 내세우기도 했죠.


 때때로 장소에 따라 이 야생화는 골칫거리 잡초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골프장에 핀 데이지 꽃은 환영받지 못한 침입자입니다. 관리자는 초록색 잔디에 얼룩처럼 번지는 노랗고 하얀 꽃들을 지우러 잔디깎이 기계를 찾습니다. 그러나 데이지는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상처 치유에 탁월한 이 꽃은 칼날에 줄기가 잘려나가더라도 금방 재생합니다. 늦은 겨울 강가에 피어난 세 송이 데이지 꽃을 발견한 저자는 그 어처구니없는 생명력에 감탄하며 웃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관심조차 없었던 들꽃에 붙은 의미를 알고 나서 저는 데이지에게 애정이 생겼습니다. 작고 볼품없고 연약한 꽃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미는 쓸모없는 걸 끌어안는 순간부터 생깁니다.

 

 당신은 데이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관리자는 골머리를 썩을지도 모르지만, 넓은 대지 위에 하얗게 피어난 작은 생명을 영원히 미워할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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