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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 Aug 25. 2016

여름의 아름다움은 아쉬움에 있다

식어가는 뜨거움의 아련함

여름볕의 기세가 꺾였다. 여전히 덥지만, 숨이 턱 막히는 짜증스러움은 아니다. 가끔씩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옷 속으로 파고들면, 다가선 가을의 숨결이 느껴진다. 


여름을 싫어한다. 뜨거운, 열정적인, 미친듯이, 젊음 따위의 수식어가 어울리는 여름은 영 내 정서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여름의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여름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식어가는 여름 끝자락의 밤이다. 이제 창을 활짝 열어두고 자면 새벽에 조금 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의 밤이다.


싫어했으면서 지나고나면 그리워지는 학창시절처럼, 여름은 늘 그렇게 아쉽다. 더 뜨겁지 못해서, 미치지 못해서, 남의 눈을 신경쓴 것이 후회되어서 발을 담궈보지 못한 물과 흘리지 못한 땀이 아쉬운 계절이다. 매년 이 길고 긴 캠프파이어가 끝나고나면 불씨가 희미해지는 잿더미를 보면서 여름을 추억한다.

이 짧은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여름의 후회를 마음껏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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