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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Feb 01. 2022

나 정말 꼰대인가요?

아니, 라떼에요

세월이 어찌나 유수와 같은지 2022년이 되고, 내가 벌써 입사 8년 차가 되었다.(어후, 벌써) 짧다면 짧은 세월일 수도 있겠으나 프로불편러인 내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이만큼 인내(?)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글쎄다. 그것이 과연 칭찬할만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근래 들어 문득문득 들고 있다. 요새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몇 년 전쯤만 해도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어쭈, 신입이 말이야.' 하고 단순히 그 개인의 특성이라는 생각 정도에서 그쳤었는데, 요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류임을 느낀다.

조직에 대한 희생이나 충성 따위 개나 줘버려, 야근 절대 반대, 동료와의 만남은 되도록 업무시간 내에 해결, 회사 내 인간관계는 적정선까지만, 막내 역할은 무슨, 다 같은 동료일 뿐,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등이 내가 느낀 소위 '요즘 친구들'의 특성이다. 어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렇다, 나도 꼰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나 때는 이랬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진짜 꼰대가 된 것이라는데, 몇 년 전서부터 부쩍 느낀다. '나 때는 이랬는데.'라는 말을 내가 부쩍 많이 하기 시작하였음을.



요즘 입사하는 친구들을 보면 확실히 나와는 다른  종족임을 느끼고 있다. 나는 신입사원 때 사람들에게 모두 예쁨(?)을 받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부단히도 노력을 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친구들은 현명하게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회사에서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다면 내가 정말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이곳은 업무가 중심인 회사이기 때문에 내가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봄직하다.


나는 현재는 어중간한 8년 차라 완전히 조직에 충성적이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개인 중심적이지도 못하다. 머리와 가슴으로는 개인을 중시하면서도 행동은 씩씩거리며 조직을 따르는, 마치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관절인형 같다. 조직 내에서 불만은 있지만 표현은 하지 못하고, 구시렁대며 따르는 것이다.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인내하며 순응만 하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원치 않게 요구되는 회식 자리들, 눈치 보며 해야 했던 야근들, 내심 억울해하며 하곤 했던 막내 역할들, 여자라서 조직 내에서 기대되었던 역할들. 그렇게 신입사원 시절 나의 기대역할은 내가 기대했던 회사 내의 나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업무시간에  충실하고 본인 역할만 다 해낸다면 요즘 친구들의 행동에 문제 될 것이 없다. 사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에서 '월급'에 의해 요구되지 않은 부가 업무일 수 있다. '저녁에 술도 좀 한잔 하고 그래야 업무도 잘 되는 거야'라는 인식이 만연한 구태의연한 조직 문화, 그것이 아직 우리 사회의 비합리적인 단면이다. 업무 외의 사적인 감정에 의해 업무가 진행되는 그 자체가 비합리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렇듯 나도 타성에 젖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편으로는 요즘 친구들이 입사하면서 조직문화가 합리적으로 보다 바뀌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나는 꼰대임을 쿨하게(?) 인정하니 그래도 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비굴한 생각을 해보면서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꿈꾸어본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우리 사회 곳곳에 통용될 수 있는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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