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 까칠한(줄 알았던) 사장님

나 그렇게 까칠한 사람 아니야

밀크폼을 곱게 잘 내시는 집 근처 카페 사장님. 복층 구조의 인테리어가 마치 다락방처럼 포근하여 구석구석 숨어서 책 읽기가 좋아 종종 방문하곤 하였었는데, 방문 때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경고(?) 문구들이 눈에 띄었었다. 마스크 착용 안내문, 외부음식 반입 금지문, 지나친 애정행각 금지 등, 심지어 마스크 착용 안내문은 각 테이블마다 놓여있어 다소 까칠하실 듯한 사장님의 성격이 엿보였다.

그래서 커피 맛과 공간은 마음에 들어 자주 방문하였었지만, 나도 모르게 사장님의 눈치를 보던 곳. 주문도 왠지 공손하게 해야할 것 같았고, 음료를 마시자마자 바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런 오해를 가지고 카운터가 내려다보이는 복층 좌석에서 사장님이 정성스레 내려주신 커피를 맛보고 있었는데, 카운터 가까운 자리여서였는지 사장님과 방문 손님들 간의 대화 소리가 더욱 잘 들렸다. 커피 맛이 좋은 카페여서인지 역시나 아침 시간부터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였다.

첫 번째 손님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님은 쿨하게 "아 그러면 다음번에 오실 때 같이 주세요."라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다. 요새도 외상을 해준단 말인가, 엄청난 단골손님이신가 보다 생각을 하며 더욱 귀를 쫑긋하고 기울였다. 그러자 "아니요,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계좌이체 바로 할게요."로 이어지는 훈훈한 연결이었다. 그 손님은 커피 몇 잔과 디저트까지 고르시고는 마찬가지로 쿨하게 계좌이체를 하셨다.

두 번째 손님 역시 엄청난 단골이신 듯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시고는 기다리면서 그 전날 친구들 만나서 있었던 일화를 사장님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누셨다. 사장님 역시 그 손님의 얘기에 맞장구를 쳐주시며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시는 게 아닌가.

세 번째 손님은 마카롱과 마들렌을 헷갈리신 중년의 여성분. 들어오시자마자 마카롱 포장되냐고 물으셨으나, 역시 우리의 까칠 사장님 왈 "저희 마카롱 없는데요." 그러자 매장 한켠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셨다. "저기 저거요.", "아 마들렌이요? 무슨 맛으로 몇 개 포장해 드릴까요? 레몬맛, 얼그레이맛, 녹차맛 있어요." 손님이 민망하지 않게 바로 수습하시는 사장님의 센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모두가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마음 한켠에 따뜻한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고 계시는구나를 여실히 느꼈던 한시간이었다. 카페 여기저기 붙어있는 경고 문구에, 웃음기 없이 주문을 받으시는 사장님의 얼굴에 내가 혼자 괜한 오해를 했음을,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가지고 그 뒤로도 사장님을 웃음기없이 대했던 사람은 정작 나였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