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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냄새 못 맡는 여자



후다닥 아들이 싱크대로 도망친다.. 

아마도 소파에 누운 저 남자가 시발점이겠지.  

”으악~ 냄새. 엄마는 냄새를 못 맡으니 좋겠다~~“  역시, 예상대로다. (으쓱)    

 





아들은 이렇게 방귀 냄새를 못 맡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그렇다, 난 냄새를 못 맡는다. 그래서 방귀 냄새, 화장실 악취, 쓰레기 냄새, 땀냄새 등

온갖 악취에도 기분 상하는 일이 없다. 웃는 얼굴로 청소하니 잔소리도 줄었다.

또 고무 냄새, 본드 냄새로 머리 아파서 새로 산 옷을 입지 못하고, 몇 날 며칠 베란다에 내놓을 일도 없다. 

그러니 냄새를 못 맡아서 편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엄마, 엄마“ ”엄마, 뭐 태웠어요? “

며칠 전, 큰 아이가 하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아차, 등갈비 김치찜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푹 익힌다고 하고선 싹 잊어버린 거다. 조심스레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하아~“ 시커먼 숯이 되었다. 

이 냄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연기가 이렇게 나는데, 엄마 진짜 몰랐어요? “ 아이의 이야기에 창문을 열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온 집안을 가득 메운 연기가 보였다. 하마터면 아파트를 홀랑 태워 먹을 뻔했구나. 

위험하다, 위험해. 연기가 이렇게 심한 걸 보니, 탄 냄새도 심하겠지? 냄새를 못 맡으니 

나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 향수와 디퓨저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방마다 방 주인에게 어울리는 디퓨저를 고르고, 현관부터 화장실까지 계절마다 디퓨저를 바꾸곤 했다. 그것은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하지만 실신을 하며 두개골이 골절되고, 그 과정에서 후각과 연결된 신경세포가 끊어졌다. 그때부터였다.    악취와 향기를 둘 다 못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공평하다.      

그 뒤, 향수나 디퓨저는 내 영역 밖이라고 생각했다. 

쓸모없다고 홧김에  향수를 다 버리고 나니, 신기하게도 예전과 다른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디테일하게 향을 맡지는 못하지만, 공기가 다름으로 냄새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차이를 인식하고 분류하다 보니, 땀냄새와 방귀 냄새, 쓰레기 냄새나 탄 냄새, 그리고 자연의 향기와 향수도 공기가 다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피부로 냄새를 느낀달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 “ 더니,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일도 나름 재미있다. 

좋은 향의 공기만 알아차리고 싶다. 

후각을 잃은 일은 어쩌면, 느끼고 싶은 향만 아는 자유를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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