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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여사 Aug 12. 2024

쓰다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극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밖에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들 했지만 아닌 것 같았다.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뭐라도 뭐라고 끄적거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도박병에 걸린 아들은 늪에 빠졌고 자식을 구하겠다고 늪에 들어갈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서 미칠 것만 같았다. 점점 머리가 하얘지고 몸은 돌처럼 굳어버리고 마음엔 날카로운 가시가 돋고 있었다.


휘청거리다 쓰러지는 나를 붙들어줄 지푸라기가 필요했다. 나를 붙들어 줄 말, 말, 말이 필요했다.




단도박 가족모임 책자 <하루하루에 살자>를 펼쳤다. 아들의 도박사실을 알게 된 10년 전 단도박 가족모임에서 구입한 것으로 아들이 재발을 할 때마다 들춰보다 말다를 반복 달아버린 책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마음에 와서 박히는 말, 말, 말들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턴가 말, 말, 말이 모여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니 말, 말, 말의 깊이가 느껴지는 게 아닌가.


단도박 가족모임 책자 <하루하루에 살자>가 나를 살렸다.




문제가 있는 곳에 기회도, 치유도, 회복도 있다고 '무조건' 믿고 쓰자. 쓸 수는 있으니까 다행이다. 쓰고 또 쓰고 계속 쓰자, 이렇게 마음먹었다.


"할 말이 많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숨기려는 게 아니라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누가 이 심정을 알까 싶어서, 안다고 한들 어쩌랴 싶어서. 하지만 쓰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날 그 순간 나는 그랬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2023년 4월 26일부터 시작한 T-Story가 오늘 이 자리로 이어진 것이다.


글쓰기는 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바꿔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글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라앉고 글 쓰는 시간이 쌓일수록 마음이 다듬어지고 그러면 괜찮아지는 걸 보면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글쓰기 덕분이다. 이걸 아는 이상 나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독에서 치유, 회복으로 가는 여정을 걷는 한 계속될 것이다.




"문제들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즉 우리가 괴로워질 기회가 아니라 더 나아질 기회가 된다." <하루하루에 살자> 2월 5일

한국갬아넌 교본과 하루하루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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