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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짼토끼 Jan 27. 2023

내겐 너무 서운한 이름. 엄마

1. 매년 오는 얼음의 성

반년만에 만난 엄마. 오늘도 서운해 


설연휴를 맞아 조금 일찍 서울 엄마네 왔다.

그러고 보니 친정을 서울이라고 칭하고 엄마도 서울엄마라고 부른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어도 친정이란 단어는 나에게 낯설고 어색하다. 


아이들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최소한의 일정을 계획한 것이 4박 5일. 오늘이 3박째.


아직 자다가 자주 깨서 우는 둘째. 6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목이 마르거나 우유가 먹고 싶거나 쉬가 마려울 때 심하게 떼쓰며 운다.


오늘도 쉬가 마려웠던 둘째는 새벽 2시 심하게 울어째꼈다. 이럴 때는 달래 지지 않고 조금 울다가 뭐가 필요한지 들어줘야 하는데... 잠에서 깨신 엄마가 나와서 그 울음을 거드신다.


왜 그렇게 소리 지르며 우느냐. 다른 집 사람들 다 깨겠다. 엄마가 애를 어떴게 키웠으면 애가 저리 우냐고 뭐라고 하신다. 참 섭섭하다.

엄마의 딸의 딸인데... 그렇담 내가 이렇게 자란 것도 엄마 탓이겠네.

하고 싶은 말이 또 화가 쏟아져 나오는걸  참는다.


쉬를 싸고 진정한 둘째는 다시 잘 잔다.

나는 이번에도 역시다. 지난 삼 일간 위태로웠던 마음이 터져 눈물이 난다. 속상하다.


지난 9월 엄마랑 전화로 심하게 다툰 후 3개월 정도 연락을 끊었었다. 그 뒤로 처음 만난 시간이다. 엄마는 부쩍 말을 조심하는 게 느껴졌고 나도 조심하려 애썼는데 역시 또 터졌다. 내 서운함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서운함.

평생이 그랬다.

엄마의 성격을 알면서도 이해하려 애쓰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엄마집은 얼음의 성 


엄마 집은 2000년도에 이사 와서 23년을 산 재건축 진행을 하고 있는 낡은 아파트이다.


첫째를 낳고 신랑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해 2016년도에 그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서울은 설 연휴, 추석, 아이 방학 때마다 오는데 겨울이 너무 춥다. 서울이 지역적으로 진주보다는 춥지만 이 낡아빠진 엄마 집은 너무 춥다.


실내온도 19도, 습도 32%

올해에는 온도계가 거실 탁자에 있어 실내온도를 알려준다.

겨울에 19도에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10살, 6살 아이들도 매년 겨울마다 이곳에 오지만 유독 이번에는 잘 때 뒤척인다. 잠꼬대로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린다.


몇십억 하는 아파트인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미련하게 왜 이곳을 고집하는 걸까.

조그만 수고스럽다면, 자식, 손주를 위한다면 얼마든지 쾌적한 환경으로 이사 갈 수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게 바로 우리 엄마다.


어젯밤 난 내 자식에게 소리치는 엄마한테 상처를 받아 40여 년간 내가 받은 서운함과 믹스해서 밤새 울었다.

이 추운 집이 마치 우리 엄마의 품 같아서  더 춥고 시렸다.

아주 큰 얼음 이불이 나를 감싸고 내 가슴에 시리게 올라앉는거 같다. 

양 옆에는 잠들 아이들이 뒤척이며 내 손을 찾는다. 본능적으로 그 손을 잡으며 나도 엄마임을 느낀다. 너희에게는 이런 시림을 절대 주지 않겠노라 다짐하니 눈물이 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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