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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별 Apr 14. 2022

도쿄 워킹홀리데이 실패기 上

도피하는 거 아니냐고?

살면서 딱 한 번이라도 무모한 도전을 해보자!
2017년, 23세의 나는 무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남들한텐 '그냥' 워킹홀리데이일 수 있는 일이 왜 나에겐 '무려' 무모한 도전까지 되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에 그 어떤 변수도 원치 않았다. 모든 일이 내가 예상한 범위에 있어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예측을 통해 대비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저 무사히 졸업해 국문학 전공자들이 많이 가는 루트인 출판사 취업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1학년 1학기 학부 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아 교직이수의 기회가 생겨도 포기했고, 그 흔한 복수전공조차 하지 않았다. 모두 그때 그 당시 내가 예상하고 계획한 범위에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곡절 없이 '안전빵 인생'을 살길 바라는 나였지만 방황의 순간이 왔다. 때는 바야흐로 졸업을 1년 앞둔 2016년 12월. 이대로 졸업했다간 이도 저도 아닌 인간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게 하라는 것만 하는 리스크 제로의 삶을 살았더니 그저 남들보다 맞춤법 조금 더 아는 국문학 전공생이 되어 있었다. 위기감을 느끼며 한 학기를 휴학했다. 졸업 후 고민하는 것보다 휴학생으로서 고민하는 게 더 안전하니까.


휴학 후 다른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여행으로 다녀왔던 일본에 매력을 느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언어란 배울수록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으로 (내가 예측한) 인생 계획에 벗어나는 일을 꿈꿨다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볼까?'


꽤나 멋있게 결심하고 바로 실행한 것 같지만 저때도 수없이 고민했다. 워홀을 떠나면 생길 리스크와 반대로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이 무엇인지 따졌다. 변화를 용납치 않는 내가 따졌으니 당연히 가지 않는 게 이득인 일이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오춘기를 겪고 있던 난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대로 졸업해봤자 취업도 안될 것 같은데 남들 다하는 도전을 딱 한 번이라도 해보자 생각했다. 한 번 마음먹으니 어려울 게 없었다. 교수님과의 진로 상담에서 "저 멋진 경험을 위해 일본 워홀을 가고자 합니다" 했더니 "도피하려는 거 아니고?"라는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안전빵만 먹던 내가 도전이란 걸 한다니까?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게 이제 내 예상 범위로 들어왔다. 일사천리로 계획을 해나갔다.


1. 내리 휴학하기엔 무서우니 워홀을 준비하며 학기를 이수한다.

2. 학교를 다니며 비교적 시간 부담이 없는 교내근로로 워홀 자금과 학원비를 모은다.

3. 종로에 위치한 일본어 학원을 다니며 JLPT N3를 딴다.

4. 위 세 가지 계획을 실행하기엔 집이 머니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 어떤 빈틈도 리스크도 없는 완벽한 계획을 짰다. 그렇게 학교가 개강했고, 무사히 기숙사에 입사했다.하지만 일주일 후,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교내 근로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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