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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별 Jun 26. 2024

회사에서 도망치지 않기

생각지도 못한 큰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됐다. ‘중소기업 정규직 vs 대기업 계약직’으로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것도 사람 나름이지. 내 일이 천직이냐고 하면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신이 내린 천재냐고 하면 더 아니다. 별 다른 능력도 욕심도 없는 나는 냉큼 입사했다.


큰 회사면 이전과 다를까? 입사 N개월차. 역시나 또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프로퇴사러인 나도 요즘 같은 때에 어렵게 얻은 직장을 쉽게 관두진 못하겠더라. 더군다나 암만 생각해봐도 직장인이면 누구나 겪고 있을 힘듦이다. 이제는 정말 도망가면 안 될 것 같다.


얼마 전 정신과에 들러 약을 탔다. 조금만 일이 틀어져도 불안하고, 누군가의 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내 탓이니까. 약을 계속 먹으면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가 이전 직장에서 팀장님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울며 이야기 했다. 이 말을 들은 팀장님은 난 계속 일해야 한다고, 잘 하는 사람이라고 위로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단한 거짓말인 것 같다. 이렇게나 나약한데 영영 회사라는 장소에 적응하지 못할 것만 같다.


큰 회사에 들어가버린 꿈도 마음도 작은 난, 그저 버티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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