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방황기
마케팅대행사에 1년, 스타트업에서 1년 정도 마케터로 일했다. 지금은 약 10개월 동안 무직인 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울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 한 줄이 정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내 이력을 보면 누구나 물어보고 싶을 그 질문을 받았다.
"이직 사유가 무엇인가요?"
첫 번째 회사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이직했고, 두 번째 회사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퇴사했다고 답변했다. 회사가 너무 ‘짜치’는 것 같아서,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라고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그럼 어떤 곳에서 일해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질문을 듣고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말을 참느라 애썼다.
'그러게요...'
아직 많은 곳에서 일해 본 건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면접관이 재차 물었다.
“브런치에 사회초년생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썼는데 사회가 그렇게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잖아요? 어디서 일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질문을 듣고 결심했다.
'아, 이력서에 브런치 URL을 빼야지'
면접관이 예리했던 그곳은 결국 떨어졌다.
그러게요, 난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고,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야 금방 관두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요? 죽기 전까지 알 수 없겠지. 사실 이런 건 '취준생'에게 가장 쓸데없는 고민이란 걸 안다. 애써 질문을 묻어두고 그럼에도 난 잘할 수 있다, 난 이런 사람이다 정의돼 있는 사람이 회사라는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도 안다.
속 시끄러운 사람은 에세이 쓰기엔 좋을진 몰라도 취업시장에서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일을 구하고 있는 난 내 브런치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