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샐러드 하나로 키친카를 오픈한 비결
제육볶음을 싫어한다. 그 이유가 꽤 괘씸한데 자취를 시작하기 전 엄마가 집에서 주로 하던 음식이 제육볶음이었다. 너무 자주 먹은 탓에 물렸다. 가정마다 이런 음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묵볶음이 자주 식탁에 오르는 집이 있을 것이고 김치찌개를 매일 같이 먹는 집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 드림팀에선 감자샐러드가 그렇다.
드라마 드림팀은 남편의 불륜과 가스라이팅에 참다 못해 집에서 나온 39살 주부 치카나(야마구치 사야카)가 농구부 기숙사에 살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뜬금없이 웬 농구부 기숙사인가 싶겠지만 치카나는 고등학교 시절, 감독님의 신임을 듬뿍 받았던 농구부 주장이었다. 지금은 오랜 주부 생활로 집세를 낼 돈이 없어 기숙사 식구들의 식사를 차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처지다. 경제력이 어쨌든 긴 주부경력을 갖고 있는 치카나의 요리 실력은 기숙사 식구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흔하디 흔한 감자샐러드는 모두가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집밥’이라고 했을 때 감자샐러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경험상 집에서 먹는 반찬보단 식당에서 자주 마주하는 것 같다. 시골 밥상 위에 놓인 감자샐러드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감자샐러드는 양식에서 기원한 요리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감자샐러드가 식탁 위에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드에 나오는 식사 장면만 보더라도 감자샐러드는 우리나라 시금치 무침만큼 자주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가정식은 돈까스, 스튜, 그라탱 등 양식을 어렌지 한 요리가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밥’하면 멸치볶음을 떠올리듯 일본인들은 감자샐러드를 떠올리지 않을까. 일본인 모두에게 익숙한 이 감자샐러드 요리는 주부 치카나의 특기이다.
극 초반 치카나는 남편과 이혼해 딸을 혼자서 양육하고 싶어하지만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좌절한다. 자포자기 할 때 쯤 이 감자샐러드에서 힌트를 얻는다. 삼시세끼 가족을 위해 십 수년 요리 한 경험. 그 시간이 치카나의 능력이자 커리어였다. 이윽고 피나는 노력 끝에 건강식 전문 키친카를 오픈한다.
감자샐러드처럼 너무나 익숙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아침 출근길이 깨끗한 것, 지하철이나 버스가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 정중한 인사말이 담긴 업무메일이 오는 것. 당연하게 하루를 채우는 누군가의 노고는 우리들의 일상을 지탱한다. 치카나가 감자샐러드를 만드는 일은 가족을 지탱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 엄청난 힘을 치카나가 키친카를 열고나서야 깨닫는다.
드라마 드림팀은 치카나 외에 대기업 광고회사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중이었지만 ‘파워하라’ 의혹으로 좌천된 51세 유코(자이젠 나오미), SNS 인플루언서지만 만들어낸 가짜 인생을 살고 있던 28세 아카네(사쿠라바 나나미) 등 세 여성이 인생의 변곡점에서 농구부 기숙사로 다시 모인 이야기이다.
과거에 농구부 감독은 주장이었던 이들을 한데 묶은 드림팀을 꿈꾸기도 했다. 반짝였던 농구부 주장 시절은 가고 세 여성은 모두 어딘가 삐걱이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극이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깨닫는다. 그때 그 시절 농구부 감독님이 말했던 것처럼 그저 ‘믿고 달리’면 되는 것을. 무엇을 믿을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다면 여태껏 무사한 하루를 보내온 힘을 믿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