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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사이 기온이 10도도 넘게 떨어졌다. 아침에 침대 정리를 하면서 환기 좀 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지난 두어 달 정도 아침에 내가 춥다고 느꼈던 것은 '추위'가 이니라 '서늘함'이었구나 하는 사실만 깨닫고 허둥지둥 다시 문을 닫았다. 심지어 이렇게 추운 날 아침 일찍부터 집에서 나가봐야 했다. 오늘 출근하실 때 패딩 입으세요 하는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11월에 패딩은 오버지 하고 작년 이맘때 입던 플리스 재킷이나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섰다가 오전 내내 멋도 멋 같잖은 멋 내다 얼어 죽고 싶으냐며 나 스스로를 타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에, 버스 안에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벚꽃연금'도 아닌 '크리스마스 연금'쯤 되는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흘러나왔다. 야 벌써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틀다니 하고 웃었다. 그러나 그게 시작이었다. 어제 하루 동안만 나는 줄잡아 네댓 번 정도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들었다. 이 노래 한 곡만 다섯 번이었다. 그 외에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캐롤 특유의 종소리, 방울 소리에 크리스마스 어쩌구 하는 가사가 귀에 쏙 박히는 다른 곡들까지 다 따지면 줄잡아 십여 번 정도는 캐롤을 듣고 나닌 것 같다. 아니, 아무리 날씨가 추워져도 아직 11월 중순인데 다들 너무 급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했다.
하긴 절기상(?) 그럴 때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수능을 쳤으니 이제 남은 이벤트는 크리스마스뿐이다. 몇 년 간 준비한 실력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 그에 따라 입시에 성공하느냐 한 해 더 미뤄지느냐가 갈리는 다소 비장한 수능에 비해 크리스마스는 그냥 적당히 내려놓고 다 같이 즐기는 이벤트이니 그런 걸 벌써부터 챙긴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뭐, 이제 곧 11월도 하순에 접어든다. 새삼 올해도 정말 다 갔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벽에 걸린 달력을 한 번 쳐다보게 된다.
그래도 아직 트리는 안 나왔나 보네 하는 생각을 하시는 독자님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미 벌써 올해의 첫 크리스마스 트리를 봤다. 집 앞 카페를 지나가다가 내 생일 근방에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놓은 걸 보고 아이고 사장님이 너무 부지런하시네 하고 속으로 웃었었다. 이 글감은 그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몇 문장 끄적끄적 적어서 저장해 두었던 것이니 거의 두 달 만에 꺼내 쓰는 셈이다. 어제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 카페 앞을 지나갔다. 10월 말에 보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무리 봐도 너무 일러 보였는데 이젠 뭐 그렇게까지 일러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로 이렇게 올해도 다 끝나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