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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10. 2024

생선값 진짜 많이 올랐네

-348

금요일 봉안당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봉안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타는 버스는 거의 종점에 가깝다. 그래서 혹시나 핸드폰에 한눈을 팔다가 내릴 데를 지나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따위는 잠시 넣어둬도 된다. 우리 집을 기준으로 정류장 두 군데는 여기 내리나 저기 내리나 거의 거리가 비슷하고, 심지어 마트에 들를 일이 있으면 한 두어 정거장 앞에 내리기도 하니 그 정도 범위 안에만 내리면 대충  큰 무리 없이 걸어서 집에 갈 수 있는 범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반쯤 졸다가 깨다가 하는 기분으로 멍하니, 거의 다 와가는 차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차창 밖에 아주 낯익은 뭔가가 있었다. 붕어빵 파는 가판이었다. 앗. 내려야 돼. 나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행히 나 말고도 내리는 분이 두어 분 더 있어서, 벨은 이미 눌러져 있는 상태였다. 교통 카드 인식을 똑바로 못해서 자꾸만 카드를 한 장만 대 달라고 징징거리는 태그기에게 짜증을 버럭버럭 내며, 겨우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렇게 내린 정류장은 보통 내리는 정류장 한 정거장 앞이었다. 뭐 이 정도면, 붕어빵 한 봉지를 위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거리이긴 하다.


예전엔 날이 추워지면 일부러 현찰을 찾아서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그것도 다 옛날 말이다. 요즘 길거리 간식들을 파는 가판에는 어지간하면 다 계좌번호를 써놓기 때문이다. 그렇게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보니 한 마리에 천 원 세 마리에 이천 원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이야, 붕어빵 값 진짜 많이 올랐네 하고 중얼거리면서도 그거 한 봉지 사 먹겠다고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린 참에 그냥 갈 수는 없어서, 2천 원을 이체해 드리고 슈크림 두 마리 팥 한 마리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엔 천 원에 다섯 마리씩 주고 하던 시절도 있긴 했던 것 같던데 그게 언제 얘기인가 싶다. 어른들이 하시는 농담 식으로 625 때나 가능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붕어빵 세 마리에 2천 원이라니. 며칠 전 편의점에서 사 먹은 군고구마도 하나에 2천 원이었다. 그럼 뭐 돈 만 원어치 해 봐야 고구마 서너 개 붕어빵 네다섯 개 사면 끝이겠네. 잊을만하면 꺼내던 그의 옛날 얘기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소위 '1년 꿇어서' 한 살 더 많은 형님이 한 분 계셨는데, 이 분이 어느 날 하교 길에 몰려다니던 일당 중 한 명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주고는 붕어빵 좀 사 오라고 했단다. 그게 그러니까 응당 다들 머리수대로 두어 마리 정도나 나눠먹을 만큼 사 오라는 말이었는데 다소 눈치가 없었던 이 친구가 만 원치 전부 붕어빵을 사 오는 바람에 그날 이 일당들은 죄다 붕어빵에 물려버려서, 그 해 겨울이 다 가도록 다시는 붕어빵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그게 지금부터 30년 전의 이야기니, 그때 붕어빵 만 원어치라면 그랬음직도 하다.


그러나 그건 그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고, 지금은 만원으로 전부 붕어빵을 사 봤자 열다섯 마리 정도가 고작이다. 나 혼자 먹어도 작심하면 하루 정도면 다 먹을 수 있고, 그렇게 먹고도 '물려서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어질' 것 같지도 않다. 생선 비싸서 큰맘 먹어야 겨우 사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제법 오래전의 일이지만 이젠 붕어빵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양이다. 정말 내가 버는 돈 빼고는 뭐든 다 오르는 세상인 게 맞나 보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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