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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Sep 24. 2023

알로카시아 리뷰

알로카시아 성장기

집에 혼자 있는 게 꽤나 쓸쓸했다.

생명이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자취생활 어언 8년.

지난 나날동안 세 그루의 식물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과 3범으로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것저것 사전이 알아보고 신중하게 희생양을 골랐다.




그렇게 데려온 알로카시아다.


쿠팡에서 6800원에 업어왔는데, 처음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는 좀 놀랐다. 이파리 하나 달려있지 않은 줄기 부분만 신문지에 포장되어 왔는데 마나 도라지가 오배송 온 줄 알았다. 실제로 리뷰에 잎이 나지 않은 대가 왔다는 1점짜리 리뷰를 봤었는데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항의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반, 대학원 2년 동안 이의를 신청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었다. 이의신청 순결을 유지하고 싶기도 했고, 6800원짜리를 교환이나 환불받기도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잎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이 줄기뿐인 알로카시아에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다이소에 갔다.


천 원짜리 화분과 오백 원짜리 화분 받침을 샀다. 삼천 원짜리 흙도 사려했는데 그건 좀 과한 듯 싶었다. 흙을 내려놓고 조금 미안해져 천 원에 10개 들어있는 식물용 성장촉진제를 하나 샀다. 집에 와서 알몸으로 누워있던 이 친구를 화분에 잘 옮겨주고 물도 흠뻑 준 다음, 약을 하나 꼽아주었다.


내 실수였다.


이게 뚜껑 앞부분을 살짝 제거한 후의 조그만 구멍으로 약이 들어가도록 해야 했는데, 완전히 뚜껑을 열고 흙에 꼽아놨더니 잠깐 한눈판에 한통이 콸콸콸 다 들어가 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약의 힘은 굉장했다.


하루가 지나니 돌돌 말린 잎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삼일이 지나니 어느새 건장한 이파리 하나가 위풍당당 고개를 들었다.


이 녀석의 성장세를 옆에서 지켜보며, 내추럴 바디를 유지하던 나도 스테로이드 하나를 꼽고 싶어질 정도의 식성장이었다.


그렇게 이주에 한번 약물을 꼽아주었더니, 이제는 어느덧 건장한 상남자 알로카시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두 개의 다리 사이의 가운뎃다리까지 늠름하게 세우면서 진짜 남자 중의 남자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고, 통풍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키우기 매우 쉬웠다. 몬스테라나 셀로움 같은 공기정화식물을 이전에 키워봤던 입장에서, 가장 키우기 쉬우면서도 인테리어용으로도 적합하다 느껴졌다.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약물만 구매한다면 잭과 콩나무처럼 자라라는 것을 미친 성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처럼 어딘가 마음이 허한 자취생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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