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둘이 무슨 사이야?"
"에이, 그냥 친구 사이에요 ㅎㅎ"
'사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 특별하다. 그것이 인간관계를 묘사할 때에 쓰인다면 더더욱. 인간관계에서의 '사이'는, 위의 대화에서처럼, 관계의 성격을 규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단어는, 둘 사이의 간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둘 사이. Between. 둘 가운데에 무엇인가 있음. 결국, '우리 둘 사이'는 너와 나 '사이'에 어떠한 공간이 펼쳐져야만 규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밀접, 가까움이란 이미지와 결부시켜 이해한다.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한 번 인사라도 해 본 회사 동료가 더 가깝다. 그리고 그보다는 10년지기 친구가 더 가깝다. '가깝다. 관계가 있다.' 그러나 살펴보았듯 관계에는 항상 사이라고 제시된 간격 또한 존재한다.
관계에 내재된, 가까움과 간격의 병렬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전자는 친밀감과 동일시를, 후자는 멀어짐과 차이를 암시한다. 그러나 이 둘은 관계라는 것 안에서, 사이라는 것 안에서 동거하고 있다. 왜? 어떻게?
사실 아주 자명한 대답이 존재한다. "아무리 가까워도, 나는 너가, 너는 내가 될 수는 없으니까." 나와 너는 하나가 될 수 없기에, 둘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가까움은 그러한 간격의 거리를 재단하는 일종의 줄자인 셈이다.
그런데 이 줄자는 항상 믿을 만할까?
누구보다도 친한, 혹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멀게 느껴진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가령, 애인 혹은 가족과의 말다툼에서 나와 그 사람 간의 좁힐 수 없는 차이를 느꼈을 때. 한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현실적 조언들이, 도리어 그에게 상처로 작용하였을 때.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받아들이기 괴로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규정으로서의 '사이'가 가깝다고 해서, 둘 사이의 간격, '사이'가 항상 가깝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간격의 가까움과 멂은, 일상적 친밀감과는, 비록 분명히 겹치고 비례하는 측면이 있지만, 엄연히 독자적 영역이라는 것을.
이 연작은 그러한 간격으로서의 사이에 대한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