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침대 정돈부터 먼저 하라(Start off by making your bed)”
지금 하는 일이 무료하거나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을 때면 美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의 텍사스 대학 졸업식 연설을 한번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매일 아침 침대 정돈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여러분에게 작은 뿌듯함을 줄 것이며,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것이다” 침구 정돈 같은 사소한 일도 이처럼 중요하며, 그 작은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 큰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의 말이다.
나도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바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오랜 군대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별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습관이다. 어릴 적에 부모님 이부자리는 자식들이 대부분 정돈했다. 그것이 부모 공양인 줄 알았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대부분 침대 생활을 하게 되면서 굳이 이부자리를 정리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몸만 일어나서 침대 이불을 대충 정리하면 된다. 침대의 편의성이다. 나처럼 침대 자리가 불편해서 굳이 방바닥에 이불을 펴고 자는 사람도 있다.
가끔 지금의 내 행동을 돌아보면, 어릴 때 습관이 여전히 몸에 배어 있는 때가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맞는 것 같다. 습관이 그만큼 중요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릴 적에 산속 깊은 탄광촌 관사에서 한때 살았었다. 학교까지 10리 길을 주로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대체로 걸어서 다녔다. 지나가는 트럭이 뿜어대는 뽀얀 먼지 폭풍 더미를 덮어쓰기는 당연히 감내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산속의 관사 촌에 돌아와도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없기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집에 늦게 들어가곤 했었다.
당시 셜록홈즈와 루팡 등 탐정소설에 흠뻑 빠져든 적이 있었다. 무척 재미있던 김내성 작가의 탐정 추리 소설을 아직 기억한다. 훗날 나도 탐정이나 될까 생각할 정도였다. 가끔 늦게 집으로 가다가 어두워지면 반딧불을 잡아 유리 반찬통에 넣어서 그 빛으로 책에 푹 빠져서 읽으며 걸었던 기억도 난다. 반딧불과 눈(雪)빛으로 호롱불 대신 공부했다는 전설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이미 그때 경험한 셈이다. 어린 시절 몸에 밴 걷는 것과 독서는 그 뒤로 습관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산책을 좋아하고 한 달에 몇 권 정도의 독서를 즐긴다.
타인의 습관 때문에 잘 된 사례도 있다. 흡연이 그러하다. 흡연이 주는 장점도 있겠지만, 담뱃대에 궐연초를 구겨 넣어 손톱마저 노랗게 변할 정도의 애연가 할아버지, 부모님에게서 늘 풍기던 시큼 텁텁한 특유의 담배 냄새는 지금도 가끔 느껴지는 듯할 정도다. 당시 그 냄새가 무척 싫었던 난 여태껏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스티븐 스콧의 『게으름이 습관이 되기 전에』 책에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이유로
완벽주의자라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서,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주의를 빼앗는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늘 부족해서, 진실과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즉각적인 보상을 얻으려고 해서, 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등 8가지를 들었다.
때로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 편할 때가 많다. 오늘 하루는 내게 휴식을 주거나, 아이젠하워의 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당장 시급하거나 중요한 것이 실상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보자고 한 약속은 1년 안에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내가 관심이 있어도 상대가 불편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일 때면 그냥 약속을 미루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하면 된다고 자꾸 미루다 보면 실천을 회피하는 게으름이 습관처럼 젖어 든다. 그것이 두렵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끔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주로 하는 말은 “앞으로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이다. 골프도 이왕 잘하면 더 즐겁다. 그렇다면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하고 나중에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골프를 더 즐기려면 게으름이 누적되기 전에 연습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연습이 몸에 배지 않으면 품격 있는 골프가 주는 멋진 싱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이젠 바로 잊어버린다. 방금 떠오르던 좋은 아이디어나 멋진 구상조차 바로 메모하지 않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 요리, 수영, 골프, 외국어 등등. 언제든지 배우고 싶고, 배우면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은 늘 차 있다. 금방 외우거나 연습했던 행동을 비록 곧바로 잊어버리더라도, 계속하여 숙달하다 보면 습관이 되겠지. 이제부터는 좋은 습관은 계속 살리고 그렇지 않은 습관은 폐기처분 하려 한다. 특히, 말만 앞세우고 행동이 바로바로 따르지 않는 것들은.
먼 훗날 정신줄을 놓거나 이부자리를 정돈할 힘조차 없어지기 전까지는 내 이부자리 정도는 직접 정돈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