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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Mar 02. 2023

왜(why) 이 일을 하는가?

나는“왜 전역을 앞당기려는가?” 스스로 물었다. 

최종 진급 명단에 내 이름이 없던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바로 전역 지원서를 던지고 나왔다군에서 나이 정년(대령 만 56세)이 되려면 2년이나 남았음에도 미련 없이 군을 떠났다. 장교로 임관하겠다던 풍운의 꿈도 이미 이루었다계급이 주는 의미가 삶의 의미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당시군에서 내 역할의 한계도 실감했다


더 성장하고픈 기회를 새로운 사회에서 가지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비워내야 곧바로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는 순리를 배웠다적당한 때에 잘 나와서 사회 적응도 비교적 잘하고 있는 편이라 생각한다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성공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why’부터 출발하며,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개념부터 먼저 잘 정립하게 되면 오래도록 성공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Start with why』이다. 저자 사이먼 시넥은 이 책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 판단의 나침반으로 골든 서클(Golden circle)을 소개한다. 골든 서클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what-how-why의 3개 서클(원)로 구성된다. 대부분 회사와 조직은 현재 그들이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하는지는 잘 알지만, 정작 자신이 이 일을 왜(why)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라는 호기심도 있지만당위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처음에는 why에 대한 논리를 장착해서 출발했을 수 있다회사나 조직뿐만 아니라 정치지망생이나 취업 준비생들대학생 등 어떤 것을 선택할 당시에는 이런 것을 해보고 싶어서라는 자기 논리가 있었을 것이다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목적이 흐릿해지거나 잊어버릴 수 있다. “?”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적합한 답을 준비해서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에 맞춰서 우연이 결정했을 수 있다.     


인생의 축소판 같은 골프도 마찬가지 아닐까어떻게(how) 더 잘해보려는 욕심만 앞서고라운드 결과(what)에만 너무 집착하여 재미없이 좌절과 자책만 반복하면서 골프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은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아니다 싶으면 골프를 그만두면 된다! 비용도 많이 들고, 라운드를 하게 되면 하루를 온전히 골프라는 시간에만 허비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골프를 때려치우면 된다.  

    

“골프를 (why) 하는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보자

가끔 자녀를 골프 프로선수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과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들은 예전 나의 경우처럼 대부분 너무 힘든 자녀 레슨 여건에 대해 호소한다. 그런데도 왜 골프를 시키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자녀가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럴까. 그래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날은 분명히 온다처음에는 좋아서 잘하다가도 오래 지나다 보면 싫증이 나거나 지겨울 때도 온다어쩌면 더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일단 현재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거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그래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라고 말해준다장애물만 바라보면 쉽게 지친다지치면 지는 거라고한 분야에 제대로 미쳐보아야 비로소 이길 수도 있는 거라고 응원한다.     


골프를 싫어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특별히 재미를 못 느껴서, 운동 효과도 별로 없고 제대로 실력이 늘지 않아서 등등.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굿~나이스 샷!”이라며 나를 연신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좋아서소풍 가는 기분이라서만나고픈 이들과 운동-목욕-식사까지 이어지며 오랫동안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노년에 하루를 이보다 즐겁게 보내는 게 없어서사업이나 인간관계에서 이보다 효과적인 게 없어서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라서오랜만에 해도 크게 연습할 필요가 없어서골프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느낄 수 있어서그냥 재미있어서 등등.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찾는 어르신도 많이 계시다. 아들은 물론 손주들과 함께 라운드를 즐기는 이분들은 분명 골프의 마니아다. 80대보다 더 청춘이다. 이들은 골프 때문에 여전히 건강하게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장담한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소비할 비용을 골프에 일찌감치 투자한 덕분일까목적이 분명한 삶은 나이도 잊게 만든다.     


답답한 아파트 군락에서 빠져나와 비밀의 숲에 가려진 아름다운 정원으로 들어간다작은 고지를 하나하나 점령하듯 18개 홀 앞으로 진격 또 진격일상의 긴장감을 여기 필드에서 말끔히 풀어버린다한 홀을 지날 때마다 이런저런 실패와 위기절제와 균형성공과 행운도 살짝살짝 맛본다라운드가 끝나면 그 후련함과 상쾌함 그리고 젖어 드는 행복감에 또 다음 기회를 기대해 본다너무 쉽지 않아서 매번 도전하게 만드는왜 골프장으로 열광하면서 향하게 하는지그게 골프다!     


비단 골프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성공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자신만의 (why)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게 설정되어야 한다목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만일 why에 대한 해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 때려치워야 한다.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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