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거침없는 인생

최근에 장교 임관 40주년 동기생 행사를 다녀왔다. 벌써 40년이라니!

반 백발에. 듬성듬성 머리털조차 한가하게 보이는 나이.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기 시작한 친구들. 열심히들 살아왔구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60대의 무게감과 깊이는 더 묵직해져 가기만 한다.

저마다 청년기에 이어 은퇴하기까지 그리고 이후 오늘까지. 또 다른 낯선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는 이도 일부 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도 그 역할이 분명해지고, 새로운 책임과 여유가 보태진다.     

지금 60대는 전통적인 유교 문화에 젖은 부모 세대와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한 자식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는 상투를 틀고 계셨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은 것은 없어도 부모 봉양의 의무를 짐과 동시에 자식 교육에도 전념해야 했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은퇴해 보니, 처음으로 주어진 너무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여태껏 제대로 맘껏 놀아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괜히 노후를 위한 돈, 건강, 일거리 걱정 등으로 마음만 산만하다. 은퇴 후의 무력감과 소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은퇴 직후까지는 관련 분야 업무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냉정한 현실은 이미 고령자 범위에 넣어 재취업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마음껏 돈을 쓰려면 일을 하는 게 좋겠다. 돈을 번다는 사실 자체가 안정감과 자신감을 준다.     

60대에는 일과 가정, 인간관계 속에서 이런저런 갈등과 선택의 순간도 새롭게 찾아온다. 모든 관계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젠 효율적으로 살아갈 때다. 이미 퇴직한 순간부터 손절 현상도 겪었겠지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우리는 오랜 경험에서 말해주는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늙어감에 대책 없이 저항하는 대신 나이 듦을 인정하기도 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주름을 보면서 더 외롭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60대의 삶은 강함과 연민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지인의 80대 노인인 부친은 술만 드시면 울면서 여기저기 전화한단다. 이해한다. 배우자도 떠나고, 친구도 없는 이 세상이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그럴 수 있다. 나이 들어서 징징대지 않으려면 60대부터 건강과 외로움 관리를 잘해야 한다. 지난 삶의 성과에 자부심은 가슴에 묻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자. 매사에 의욕이 넘친 60대의 활기는 70~80대 이후로도 습관이 되어 계속 쭉 이어진다.     

내게도 60대는 현재진행형이다.

감사하게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젊은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대화도 즐기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어서다.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자.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만큼 거침없이 살아도 된다. 이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엄청난 자유가 생겨나지 않은가. 

60대의 자유는 젊음과 건강을 계속 유지하고 더 행복한 시간을 보장해 줄 것이다.     

지금이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

4명의 자녀도 모두 자기 길을 찾아 떠나고, 부모와 가장 역할이 현격히 줄어들고 최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지금부터가 황금기 시작이다. 어느 때보다 자신감도 넘친다. 오히려 지금의 테니스와 골프 수준이 가장 안정적이다. 이제부터는 누구를 위한 삶 대신, 나를 위한 삶으로 마인드를 리셋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떠냐. 현재 가진 것만으로 즐기며 살아갈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는 『60세의 마인드셋』에서 노년에 과거의 삶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한다. 공통으로 후회하는 6가지가 있는데, ①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②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③개성을 억누르며 남에게 맞추려고 애썼다. ④주변에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⑤돈 걱정만 하며 살았다. ⑥의사의 말을 과하게 믿고 따랐다. 등이다.     

이병률 시인이『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 말했듯이,

60대도 “시간을 럭셔리하게 쓰는 자”.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는 가치 기준을 행복하냐, 그렇지 않으냐로만 따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생이라는 이 얼마 남지 않은 여행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맛있는 음식도 찾아가서 먹어보고,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도 꼭 다녀오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활기차게 살아보자. 애써 남의 기준에만 맞추면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     

60대. 훗날 뒤돌아볼 때 조금이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