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에 실시하는 KLPGA 대상 시상식에서는 생애 첫 골프 우승자들이 가입하는 위너스 클럽에 통상 10명 내외의 새로운 챔피언들이 탄생한다. 30여 개 출전하는 대회에서 대부분 우승 경험 있는 자가 또 우승하지만, 늘 새로운 얼굴의 선수가 우승컵을 쥐는 경우는 생긴다.
스포츠 선수들의 우승 뒤에는 늘 감동 신화가 따른다.
우리는 챔피언의 능력과 지금껏 잘 버텨온 엄청난 근성, 보이지 않은 온갖 노력에 존경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누가 알아주든 그러지 아니하든 묵묵히 준비해 온 수많은 각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눈부신 오늘의 영광이 있음을 안다.
프로선수들은 골프 시즌이 시작되면 매주 자신과 싸움이다. 하도 잘 안되니까 캐디를 바꾸기도 하지만, 남을 탓할 수가 없다. 대부분 내 탓이다. 어제는 잘되어도 오늘은 영 엉망이다. 잘했던 어제의 기억들이 오늘은 무참히 깨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잘해보자 작심하고 덤벼도 또 실수투성이. 18홀 내내 안 풀리다가 끝마칠 때면 이상하게 잘 되는 것도 또 골프다.
골프 대회는 며칠간의 성적 누계로 순위를 결정한다. 육체적·정신적·감정적으로 느끼는 온갖 압박감을 잘 견뎌내야 한다. 18홀 내내 그리고 며칠간 이어지는 긴장의 시간도 잘 버텨내야 한다. 승리자들은 대체로 이런 긴장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런 중압감을 피하고 싶어 하거나, 싫어하는 자는 우승자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골프계의 영원한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도 “나는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버디나 파를 해야만 한다는 거를 알고 18번 홀에서 티샷을 하려고 서 있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내가 준비해 왔고, 바로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자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지금 내가 골프를 치고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 정도의 마인드는 되어야 어떠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와도 주저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의 감옥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고, 만들어진 것처럼 해체될 수도 있다. 마음이 평면이라면, 우리가 마음과 삶과 문화를 상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감동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또 현실로 이뤄낼 힘을 지닌 셈이다.”
『생각한다는 착각(The mind is flat)』의 저자 닉 채터는 우리에게 마음의 깊이와 무의식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으며, 우리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이고 즉흥적으로 순간순간 행동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낸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존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말이지만, 어제 없는 오늘은 있을 수 없고, 오늘 없는 내일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 마음먹기에 따라 훈련한 대로 얼마든지 눈부신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앞으로도 코로나 등과 같은 비정상적인 일들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간절히 원하고 그렇게 훈련이 되어있는 자라면 “나는 안돼!”라는 자조적인 패배자의 감옥에 스스로 갇히지 않을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처럼 오히려 위기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보란 듯이 당당히 새로운 챔피언이 늘 탄생하듯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버텨볼 일이다. 잊지 말자. 하루하루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그것을 토대로 놀라운 미래가 찾아온다는 사실.
“변화가 상수(常數)다”라며 자신을 수없이 담금질하며 또 다른 변신을 늘 시도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묵묵히 실력을 다지고 성장하는 자만이 마침내 인생의 필드에서도 언젠가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