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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30. 2022

타인에게 말걸기

슬기로운 블로그 생활 가이드

작년 11월에 시작한 블로그가 만7개월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블로그에 대해 좀더 능동태가 된 것은 6월부터이다. 여러 면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관점이나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졌다.


나는 아직도 블로그 이웃수를 늘려가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나도 애드포스트 이런거 되고 싶다.

땅바닥에서 오백원짜리 동전도 줍기 힘들다.

내가 좋아서 글을 쓰는데 치킨값이라도 나오면 그게 어디냐. 블로그에서의 수익성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분들의 열성은 경이롭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곳은 뿌린 만큼 거두는 곳이라는 점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아주 정직한 곳이다. 문제는 인풋에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는 것. 아직 거기까진 역부족이라 나는 그냥 내 속도대로 달팽이 스탭을 밟는 중이다.


나는 블로그의 답방문화가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즐겁기도 한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찐이웃을 만나는 것은 명백한 즐거움이다.

나는 비사교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는 매우 협소한데, 블로그를 통해서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웃들과의 교류가 신세계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내가 이렇게 사교적인 인간이었던 거야? 놀랍기도 하다. 현실친구는 없으면서 온라인 친구들만 많다던 어느 이웃의 팩폭에 동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방구석 성향을 가진 인간이

이렇게 다양한 스펙과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을 여기 아니면 또 어디서 만나겠는가.

열심히 글을 쓰며 자기 삶의 족적을 기록으로 쌓아가는 것은 열정과 성실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표면적으로는 소리없이 조용한 이 공간들이 각자의 치열한 열기로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나는 7개월만에 비로소 블로그 세상의 역동성을 느낀다. 그 파동이 예고없이 느닷없이 나를 각성시킨 것이다.


6월은 내가 가진 견고한 관념들이 붕괴되고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찬 한 달이었다. 그 기운을 받아서 조금더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랬더니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5월까지만 해도 50명도 안되었던 이웃수가 6월 한달 사이에만 2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6월부터 갑자기 하루에도 몇명씩 이웃 신청이 들어와서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5월까지만 해도 많아야 20명 선이던 방문자가 60명대까지 이르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내 방식의 인풋의 결과다.


힘들어서 잠시 쉴때 짬짬이 답방을 간다.

이때 나의 원칙은 댓글을 위한 댓글을 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댓글을 다는 것은 그 포스팅이 저절로 나로 하여금 댓글을 불러 일으킨 것이지, 억지로 의무적으로 소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의무감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시간이 없어서 댓글을 못달 때에는 공감 버튼이라도 꼭 누르고 온다. 이때도 나의 원칙은 열어보지 않았으면 허수의 공감을 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제대로 정독하지 못하더라도 공감을 표하려면 최소한 그 포스팅을 열어는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 글에 공감을 누르시는 분들도 그러했음 좋겠다. 읽지 않아도 좋으니 읽지도 않은 공감을 표하지는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블로그 답방문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오로지 그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웃이 고작 300명 수준의 블로거라서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다.

나 역시 50명일때와 200명일때 쉼없이 올라오는 이웃들의 새글을 둘러보는 절대적 시간의 양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많은 글들을 다 읽고 공감을 누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읽지도 않은 글에 공감을 눌러야 하는지부터 반문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이웃에 대한 취사선택은 내가 결정하는데 말이다.

공감 버튼에 대한 강박에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무성의한 뻥카는 공감을 받은 이의 기분을 오히려 더 언짢게 할 뿐이다.



아주 다양한 컨셉과 주제로 블로그를 알차게 운영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어쨌거나 6월의 나는 강한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 뭐 이러다가 블태기 라는 것도 오겠지. 그럼 또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하는 거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다면 훨씬더 슬기로운 블로그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2022년 6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21시 39분 현재 나의 252명의 이웃님들에게 살짜쿵 감사를 표하고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당신들의 블로그 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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