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Nov 26. 2024

영화배우 정우성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모델 문가비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의 친부가 영화배우 정우성이라는 기사가 났다.

며칠째 온라인을 달구는 뜨거운 이슈다.

사람들의 댓글 반응은 일테면 올해 본 뉴스 중에 가장 당황스럽다거나 가장 쇼킹했다는 뉘앙스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가 조금도 충격적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정우성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기 때문이고,

충분히 성인이었던 두 남녀의 선택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좀더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정우성에 대한 비난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중 가장 최악의 비난은 이거 였다.

'난민은 수용하면서 자기 애는 수용 못한다고?'


하긴 뭐 멀리 갈 것도 없다, 꼴통 보수인 내 남편도 정우성의 난민활동에 비난을 까댔으니.

그런데 '난민문제'와 남녀상열지사가 동급인가? 비교 대상의 어젠다인가?

다양성이나 개인의 선택권에 대한 존중은 둘째치고, 이쯤되면 똥과 된장이 결국은 같다는 것이냐.


정우성을 조롱하는 유튜브 영상 하나에 나는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원나잇을 한 여자가 임신을 하면 남자들은 모두 그 여자와 결혼을 할 건가요? 원나잇을 한 여자의 책임과 선택권은 1도 없는 건가요?'


내가 아는 상식으로 원나잇은 강간이 아니다.

그건 엄연히 상호 협의된 섹스다.

따라서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았으면서 피임에 소홀한 것은 비난할 수 있어도

그 비난 또한 어느 한 쪽이 받아야 할 몫이 아니다.

여전히 여자는 약자이고 남자는 무조건 무책임한 놈이라는 도식에서 우리는 한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나는 두 사람간의 내밀한 사정을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다.

알 권리라는 웃기는 짬뽕 같은 논리로 그들의 사생활이 갈기갈기 까발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지난달에 읽은  송길영 박사의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에서 인상깊은 대목이 있었다.

프랑스의 혼외 출생자는 60% 이상인데 반해 한국과 일본은 3% 이하라는 것이며, 

송길영 박사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출산은 결혼이 아니다.'


나는 이 명제에 격하게 동의한다.

지금 문가비 이슈에서 정우성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결국 '출산=결혼'이라는 순혈주의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임을 진다자나,

아이 태명도 같이 지었다자나,

애초에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었다자나,

그런데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정우성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정녕 모르겠다.


나는 출산을 선택하고 이제 당당하게 세상에 선포한 문가비의 용기를 지지한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정우성에게 아이 문제로 결혼을 강요했다면 꽤 실망스러울 것 같다.

그녀는 외모 조차 엄청나게 독립적인 여성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아 당당히 싱글맘의 삶을 선택한 것에 우리가 그닥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듯이,

정우성이 자기 아이를 낳은 여자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선택권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제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족'이라는 개념이 확장되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

청년들이 더이상 결혼을 하지 않는 시대에,

그럼에도 "출산=결혼"이라는 도식을 고수한다면,

다가올 인구절벽과 이 나라의 어두운 미래에 우리는 모두 입을 닥쳐야 한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그닥 심각하지 않은 걸까?

꼬부랑 노인들만 우글대고 그 노인들의 삶을 받쳐줄 세대가 전멸하는게 정녕 무섭지 않은가?

이런 작금에 정우성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뭇매가 인식변화에 무슨 도움이 될까.


정우성은 문가비와 결혼하지 않아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아이를 돌보고 책임을 다할 것이 자명하다.

오십 넘어서 얻은, (현재로선) 하나뿐이고 유일무이한 자기 혈육이 그에게도 얼마나 귀하고 애틋하겠는가.

돈도 많은 사람이 오죽 알아서 뒷받침을 또 잘해주겠는가.

그가 양육에 대해 무심하다는 폭로가 나오면, 그때는 나도 정우성을 가차 없이 비난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문가비와 결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파쇼에 동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노라고 말하고 싶은 밤이다.

창밖에선 후둑후둑 비가 내린다.


2024년 11월26일, 새벽 2시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