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적 여행 에세이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2020년 02월 14일 정식출간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고 싶었다. 중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꿈. 그 시절의 나는 박민우 작가님의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시리즈에 푹 빠져있었고, 책을 끝까지 읽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닳기 직전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한국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던 그때의 내가 바라본 책 속의 세상, 새로움과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인도에 가고 싶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마음의 고향, 제주도 아게하에는 언제나 인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갔고 동이 트면 인도식 밀크티 짜이와 함께 아침을 맞았던 하루하루가 10대 때의 몇 안 되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던 만큼, 학생 시절의 마무리와 20대의 시작은 인도에서 맞고 싶었다. 가고싶은 대학도, 학과도 없는데다 꼭 대학교에 진학하여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게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나에게 어쩌면 여행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나는 스물 넷이 되었고, 처음 세계일주를 떠난 것도 벌써 4년 전의 일이 되었다. 길었던 여행의 추억은 아름답게 남았고, 고생하며 분노하고 난처했던 일도 이젠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에피소드가 되었다. 두 번째 인도 여행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온 지 석 달, 지금이야 알바하러 나가기에 앞서 군대에서 신던 연두색 슬리퍼를 끌고 나와 담배를 태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흔하디 흔한 경기도 포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어 달이 지나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새로운 여행과 꿈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 책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는 YES24와 교보문고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