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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아리 Mar 30. 2023

바리스타 클래스

자신의 몫을 하자

  복지관 사회공헌 활동이자 어르신 분들 문화체험 수업의 일환으로 바리스타 클래스를 3월 20일부터 29일까지 진행했다. 바리스타 클래스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달리 실상은 그냥 어르신들 원데이 체험학습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수업은 안단테 카페 근무 청년들이 진행한다.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수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어르신들의 문화 참여 사업이자 경계선 청년들 교육 봉사 사업으로써, 어르신들에게는 무료로 문화 체험의 기회가, 청년들에게는 강의료 지급 지원이 주어지기에 서로의 이해가 있는 클래스인 것이다.

  수업은 월화수목금, 매주 진행되고 한 타임당 두 시간이 주어지며 하루에 10시부터 6시까지 3타임으로 이루어진다. 타임마다 1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참석을 하는데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이 매번 바뀐다. 한마디로 한 타임 당 일회성 수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클래스 초기 나는 부담이 앞섰다. 작년에도 나는 주민분들이나 학부모들, 초등 교사 같은 일반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마다 나는 압박을 느꼈다. 카페 일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전문가는커녕 나도 초보자였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배워야 하는 입장인데 가르쳐야 한다니, 그런데다 다른 청년들도 아니고 내가 주로 그 교육을 담당했다. 막막함은 앞섰고 당장 교육 전에 나를 알려줄 사람은 없었다. 수업 자료당일 받게 될 거였다. 그때마다 나는 내 사비를 들여가며 커피 원데이를 들었다. 돈도 못 받는데 내 돈 들여 배운 것이었다. 수업도 당연 전문적이지 않았고 어설펐다.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교육했지만 수업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바리스타 클래스를 한번 열 때마다 팀장과 복지사가 참여자 분들에게 사전에,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가르치는 수업이며 전문적이지 않다고 고지를 한다.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일반 분들의 이해를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 사람을 가르친다고 하는 부담 자체가 덜어지지 않았다. 재능이 있어야 기부를 하고 실력이 있어야 가르치는 건데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이 불안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강사비가 지급된다고 하지만 역시 나는 수업 전에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내가 가르칠 것은 이번에도 핸드드립이었다. 핸드드립. 가장 자신 없는 것이었다. 칼리타라고 하는 도구로, 물줄기가 일정해야 하는 정드립으로 추출을 해야 하는데 사실 핸드드립이라는 건 큰 숙련을 요구했고 원리가 복잡했다. 과학 공식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원리와 커피에 대한 배경지식도 많아야 했다. 원리나 지식 따위 차치하고서라도 추출 시 드립이 능숙해야 했다. 이 모든 게 부족한 상태로 나는 수업에 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실제 현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어르신들은 핸드드립의 핸자도 몰랐고 핸드드립이 복잡하다며 원성이 높았다. 원데이에서 배워온 공식과도 같은 원리 설명은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앞에서 그저 간단하게 설명하고 어설프고 들쭉날쭉한 물줄기로 드립 시연을 보인 후 어르신들에게 자리로 돌아가 추출을 하라고 하면 됐다. 어르신 들은 수업을 잘 따라오못했 어려워했다. 나 역시 가르칠 게 없는 수업이었다. 보조해 주는 청년들도, 멀뚱멀뚱 서 있거나 우왕좌왕했다. 진행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조를 잘하는 청년이 한 명이라도 있어 다행이었다.


  드립도구는 칼리타. 추출방식은 뜸 들이기 30초에 30그램, 이후 1차 70그램 2차 100그램 3차 80그램. 총 280그램 추출. 2분 30초에서 3분 내외의 추출시간. 물 붓는 방식은 가늘고 일정한 물줄기로 나선형 모양을 그려가며 천천히 추출하는 정드립....

원두는 과테말라 원두와 에티오피아 원두.


  하지만 이 공식은 의미가 없어졌다. 어르신들은 그램수를 한참이나 초과하기도 했고,  어르신들 개인이 레시피대로 내리는 건 어려워 다 같이 서서 추출하는 식으로 했는데, 일일이 어르신들에게 몇 그램을 추출하라고 일렀으나 동시에 시작해도 어르신들의 추출 속도가 다르기에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다. 물 붓는 방식은 나도 컨트롤을 못했지만 어르신들은 아예 엉망진창이었다. 이건 내 잘못이 컸다. 나조차 물줄기가 서툴렀고 충분히 가르쳐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실상은 막드립. 부실한 설명. 초과된 그램 수와 시간. 그렇게 직접 추출한 커피 맛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과테말라 원두가 원래 써요. 에티오피아 원두는 연해서 그래요. 이런 부연은 구차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나은 원두를 고르게 한 뒤 드립백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수업은 끝인데 드립백은 머그컵과 주전자만 있으면 별다른 드립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추출 방식도 신경 쓰지 않고 내릴 수 있어 그나마 어르신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불행 중 다행인 건지 만족도가 생각보다는 좋게 나왔다. 이런 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배워서 뭘 해. 나 커피 마시지도 않는 사람이야 하며 대놓고 불평하거나 수업을 받지도 않고 나가버리거나 하는 어르신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막상 불평을 하면서도 만족했다 하고 가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너무 유익한 수업이라고 감사하다고 하거나 또 듣고 싶다고 말하는 어르신들도 있어 수업이 그리 실패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소한 보람도 느껴졌다.

 

  어르신들 교육을 하며 느낀 점은, 수업을 위해 기본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것이었다. 기술이 어설프면 설명이나 진행이라도 잘해야 했는데 청년들은 기술도 한참 부족하거니와 설명이나 진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수업을 위해 외부 수업을 따로 듣고 오고 정보 검색을 하며 준비하는데 아직 그 정도의 열의까지는 없는 청년들이 대부분인 거 같았다. 보조만 하려 해도 보조도 헤매니 문제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나를 포함한 청년들끼리 원활한 합은 이루지 못했다. 열심히 보조를 하는 청년만 제대로 보조를 했다. 강사로서 강의를 진행하는 청년도 나나 그 청년만 맡았다. 다 같은 처지끼리 무슨 번데기 주름을 잡겠느냐만은 우리처럼 다른 청년들도 수업을 좀 더 이해하려 했으면 한다. 설명도, 보조도 반복이었는데 다른 청년들은 그 흐름을 숙지하지 못해 딱 집어서 시키거나 지정해주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이건 청년들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앞으로도 교육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할 텐데 계속 이런 미숙이 반복되면 다음부터는 과실이었다.


  수익분배는 군더더기 없이 평등하게 됐다. 29일까지, 거의 7일 풀타임으로 근무한 나와 그 청년은 60만 원 정도로 가장 많은 지분을 받았다. 다른 청년들도 보조로 근무한 날짜에 따라서 수익이 분배됐다. 보조든 강사든 차등 없이 근무한 시간에 따라 똑같이 책정 됐는데 이게 모두를 위한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스 수익은 모두에게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으니까. 팀장이 최대한 청년들에게 수익을 주려고 노력한 게 보였다. 업무 수행도나 기여도가 어찌 됐든 다른 청년들도 카페 일원으로서 역할을 했기에 평등하게 보상을 받았다. 애초에 청년들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있는 프로그램이라 당연했다.


  이번에도 어쩌다 강의를 맡고 선생님이 되었는데 바리스타 클래스 강의료가 쏠쏠하다. 이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더 진행하면 수익을 더 받겠지. 나는 클래스에 욕심이 났다. 바리스타 클래스는 역량만 된다면 할 수 있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수업이 가능하다. 나는 어떻게든 수업할 실력을 만들어서 수업을 잡고 싶었다. 이 기회를 다음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애초에 핸드드립에 관심이 없는 어르신들 대상 수업이었기에 전문성이 좀 떨어지고 어설퍼도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기에 수월했다. 그러나 핸드드립이나, 앞으로 가르칠 어떤 커피 수업이든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사람을 가르치는 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르신들 수업처럼 진행해서는 그들을 가르칠 수 없다. 안일하게 진행하다가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실력이 금방 드러나 가르치는 자신이 오히려 수치스러워질 수가 있다.

  또 지금처럼 무료가 아니라 그들이 수업료를 내고 배우게 된다면, 우리들의 미숙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받고 가르치게 되면 우리는 전문가여야 한다. 다른 청년들도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 자신도 답답하고 다른 청년들도 답답하다. 우리는 모두 나아지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느리다 할지라도 느리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더 잘하는 청년이나 담당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일을 하다간 청년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그렇게 일을 할 수는 없다.

  

  나는 청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청년들이 어떤 생각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당부하고 싶다.


  자신의 몫을 하자.

 아무것도 모르지 말자.

 할 건 하자.


  교육은 끝났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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