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외적인 치부
우리 매일 쓰는 카카오톡에서 자기 프로필을 들어가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내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 사진을 변경할때, 혹은 이모지나 음악을 걸어둘 때일 것이다. 나는 가끔 감상에 빠져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순간의 감상에 이끌려 프로필을 바꾸는 일이 잦다. 그렇다고 해도 프로필을 바꾸는 주기가 길긴하지만, 바꾸는 계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는 행위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궁금해진다. 카카오톡이라는 것이 없었던 때, 혹은 그 이전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의 때를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문자를 주고 받거나 다음날 할 말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의 단편을 꺼내어보며 한숨과 한탄을 이어가며 밤을 뒤쳑였다. 내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를 들으며 노을을 바라보고 바람을 쐬며 하루를 마쳤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내가 추가한 친구들이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내가 프로필을 변경하면 내 친구들에게 업데이트 알림이 보인다. 이걸 알고 있으면서 프로필을 바꾼다. 알고 있으니까 바꾼다. 아주 사적이면서 동시에 대외적인 의사 표현의 수단인 것이다.
"나 지금 이런 상태니까 알아봐줘라"
나 지금 연애중이니까 그만 연락해.
나 이번주에 생일이니까 축하해줘라.
나 오늘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드디어 먹었다 자랑하는거다.
나 요즘 이런 기분인데, 직접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니 이 노래 좀 들어봐라.
특정한 누군가에게 상세하게 나를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어느 정도 나의 상태를 대외적으로 나타내고 싶은 그 어중간한 상태.
말하자면, "꼭 너한테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했으면 좋겠어" 내지는 "대단하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 지금 이것때문에 기분 좋아" 혹은 "많이 힘든데 누가 날 알아봐준다해도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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