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휴직을 한 뒤 몇 차례 야구장에서 야구를 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 휴직을 할 때는 복직 때까지 야구의 야 자도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고 크게 마음을 먹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선수의 은퇴식 등 야구장에 일부러 발걸음을 하게 될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야구기자가 야구 직관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어렵고 힘들다. 매번 기자실에서만 야구를 봤기 때문에 일단 예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당연히 좌석별로 가격이 얼마인지도 잘 모른다. 물론 시즌 말이나 시즌 초 새 시즌의 좌석 가격이 보도자료로 오지만 다 기억하지는 않기 때문에 가격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를 찾아 티켓을 예매하고 나서는 야구장에서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헤맨다. 솔직히 헤매다 그냥 관계자 주차장을 사용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팬으로 갔다면 최대한 팬의 입장에서 야구장을 이용하려고 애쓴다.
지금까지 글을 봤다면 당연한 이야기가 또 있다. 야구장에 도착하면 어디서 뭘 어떻게 사먹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기자들은 관계자 출입구로 입장해 바로 기자실로 들어가고 기자실에 놓여 있는 도시락, 혹은 야구장 구내식당을 이용해 밥을 먹기 때문에 치킨 하나 사는 것도 '처음 코엑스에 발을 들여놓는 길치의 기분'으로 헤맨다.
야구를 볼 때는 또 어떤가. 야구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 응원석에 가깝게 사고도 즐기지 못한다. "아 저기서 저렇게 공을 뺀다고?" "저 공에 스윙을 한다고?"라며 속으로라도 놀라고, 비판하고, 지적하는 게 기자들의 일이라 대부분 기자들은 관중석에서 팔짱을 끼고 분석하듯 야구를 본다. 신나는 응원석 속 진지한 표정의 기자는 주위의 기자들만 아는 '꿀잼 포인트'다.
다만 혼자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이와 갔을 때는 말그대로 '입중계'를 하는 기자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에 룰 하나, 플레이 하나를 다 설명하려는 것이 일부 야구기자들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혼자 있을 때 주변에서 관중이 다른 관중에게 야구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고쳐주고 싶은 충동이 마구 들 때가 있는 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
마지막으로 응원석에서 다함께 노래를 부르고 한 선수를 응원하고 득점에 환호하는팬들을 보면서, 그 순간 만큼은 WAR+가 다 뭐고 WHIP에 목숨거는 기사 작성이 큰 의미가 있나 생각한다. 이건 물론 다른 기자들과 다른 나만의 의견일 수 있다. 다른 기자들은 팬들을 보면서 더 야구를 자세하게 분석해줘야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있다.
야구기자들은 생각보다 야구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른다. 10년을 넘게 야구기자 생활을 했지만 어느 구장 관중석 쪽에 카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여자 화장실은 어딘지, 남자 화장실은 어딘지도 잘 모른다. 가끔 지인들에게 질문받는 "야구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도 당연히 알지 못해서 '야구기자 맞냐'는 타박을 듣기도 한다.
우리에게 야구가 보이는 자리는 기자실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야구장에 갇혀 사육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응원석에서 더 적극적으로 팬들과 하나 되어 야구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직관을 할 때마다, 야구는 즐기는 스포츠가 맞다고 느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