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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날 Apr 29. 2022

누구를 위하여 팥죽을 끓이나

[며느리는 백년손님 PART 2] 시부모가 처음인 ‘시린이’를 위한 조언



아주 옛날 한 마을에 나무꾼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이 부지런히 나무를 베고 있었는데,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 한 마리가 달려와서는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나무꾼은 쌓아 놓은 나뭇더미 속에 사슴을 숨겨서 사냥꾼으로부터 구해 주었습니다. 무사히 살아난 사슴은 나무꾼에게 산을 돌아 나가면 하늘의 선녀들이 멱을 감는 연못이 있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녀들이 멱감는 틈을 타서 그중 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라고 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면 이내 아내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둘이 결혼해서 세 아이를 낳기까지는 날개옷을 깊이 감추고 절대로 보여주지 말라고 했습니다.나무꾼은 연못을 찾아가서 사슴이 일러준 대로 했습니다. 멱을 다 감은 선녀들이 다들 하늘로 돌아가는데, 날개옷을 도둑맞은 막내 선녀는 그러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막내 선녀를 제집으로 데리고 와서 아내로 삼았습니다. 나무꾼은 선녀와 수삼 년을 지나는 사이에 아이를 둘 얻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아이를 둘이나 두었으니 제발 날개옷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나무꾼은 날개옷을 꺼내 와서 선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아내는 날개옷을 날쌔게 입더니 두 아이의 손을 잡고는 훨훨 날아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혼자 내버려진 나무꾼에게 사슴이 찾아왔습니다. 사슴은 연못을 다시 찾아가면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올 것이라고 했습니다.나무꾼은 연못으로 가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나무꾼은 어머니가 걱정되어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고자 했습니다. 아내는 천마 한 마리를 내주면서 타고 가서 어머니를 만나되, 무슨 일이 있어도 말에서 내려 땅을 밟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무꾼은 천마를 타고 지상에 내려와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팥죽을 끓여 주었고, 아들은 팥죽이 너무 뜨거운 탓에 먹다가 말 등에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말이 기겁하고 뛰는 바람에 나무꾼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천마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다시는 하늘로 못 가게 된 나무꾼은 그 자리에서 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침마다 하늘을 향해서 울부짖듯이 울었습니다.


저는 이 설화가 마치 고부갈등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자식을 위한다는 착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닐까요. 물론 팥죽을 끓여주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비극의 원인이 되었죠. 아들은 돌아왔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왠지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자식을 위해 ‘팥죽’을 끓여준다‘는 것은 어쩌면 내 만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말한 ’하지 말아야 할 일‘과 ’누구라도 며느리가 되겠다고 몰려오게 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비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시부모의 언행이 뜨거운 팥죽이 되고, 중간에서 아들이 그 팥죽을 흘리게 되면 결국 며느리는 화상(火傷)을 입고 결국 떠나게 되죠. 저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미리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녀를 완전히 독립시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부모는 자녀의 자율적 선택과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시부모가 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좋은 부모가 아니었어도 자녀가 결혼을 한 후에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모두를 위해 잡아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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