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백년손님 PART 2] 시부모가 처음인 ‘시린이’를 위한 조언
예전에는 호주제라 해서 결혼 후 아내가 남편 호적에 오르게 되었으나, 호주제는 2005년 3월 31일에 폐지되어 이후 개인의 가족관계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가(家)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고 있지요. 누가 누구의 호적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부모와 배우자, 자녀가 표기됩니다. 옛말에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는 표현은 호주제 폐지와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혼 후 독립적인 가정을 꾸리는 존재라는 의미로 지속해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장가가면 출가외인’이라는 표현도 함께 말이죠. 지금까지는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여자만 일방적으로 시댁에 귀속되는 느낌이었지만 ‘장가가면 출가외인’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다 보면 결혼한 자식은 남녀를 불문하고 부모의 가정과는 별개의 가정을 꾸리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지 않을까요. 뭐든 평등하려면 표현도 평등하게 쓰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호주제는 왜 폐지되었을까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적으로 남녀평등을 선언했습니다. 또한,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호주제는 폐지되었지요. 여기서 우리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호주제는 이미 16년 전에 폐지가 되었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이죠. 특히 가정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접하는 권력자나 금수저 등 특수 계층의 특권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특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가정에서 유독 남자에게만 주어진 특권에 대한 반감이 생깁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 남자들은 음식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면서 고스톱 치고 TV 보고 한가롭게 술이나 마시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특권입니다. 이에 반감을 품은 아내들이 명절 후 이혼을 원하는 이유입니다. 민법 제826조(부부간의 의무)에서도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특권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폐지되고 16년이 지난 지금, 가정에서의 평등은 실현되었을까요? 가정의 특수 계층인 남자의 특권이 사라졌을까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적어도 젊은 세대의 남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들이 이러한 변화를 요구받는 1세대라는 것을 말이죠. 이전 세대와 다르게 여권신장, 남녀평등이라는 단어와 현상들을 자주 접하면서 컸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 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구습의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며느리 세대는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 가정에서의 완전평등을 실현하고자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 남자들도 문제지만 여자들도 정작 바꾸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에 대한 생각입니다. 고부갈등으로 시댁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거나 남편과의 불화가 있는 경우에 자식을 대하는 여자의 생각도 아직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댁이 밉다고, 남편이 밉다고 자식들까지 밉게 보인다고 합니다. 비록 고부갈등으로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자녀에게 미움과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식은 시댁과 남편을 위해 낳아 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가족관계증명법’에 의해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아이들은 여성 자신의 자녀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금 누구의 자식을 낳아줬다는 식의 생각은 아직 마음속에서 호주제를 없애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생각은 본인 스스로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양성평등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출산에 있어서 본인의 의지와 반하는 반강제적 압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론은 본인의 자식을 낳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풀이를 자식에게 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혼인신고를 할 때 자녀를 남편이 아닌 아내의 성과 본을 따르게 할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한 경우라도 이혼 후에는 자신의 성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또한, 친권은 물론 양육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전보다는 자녀에 대해 친모가 권리를 더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결코 남편과 시댁의 자식을 낳아 준 것이 아닙니다. 호주제가 폐지되어서가 아니라 호주제라는 제도와 상관없이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사실입니다. 법적인 권리와 상관없이 내가 품고 낳은 내 자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최고의 선물은 명품 유모차나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엄마의 태교와 태어나고 난 후 자식에게 보여주는 엄마의 태도입니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사랑으로 태교했던 그 마음으로 자식을 대한다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의 선물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