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찌든 40대가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

by 언어프로듀서


퇴근 후, 아이와 함께 분리수거를 하고 마트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장바구니가 꽤 무거워 머릿속은 온통 '빨리 집에 가서 쉬자'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굳이 마트를 갈 이유도 없었는데, 아이가 졸라서 갔고 이것저것 담다 보니 예상보다 돈도 꽤 썼다.

돈은 썼지, 장바구니는 무겁지.. 기분이 썩 유쾌할리 없었다.


그때 딸아이가 말을 건다.



“우와~ 엄마 보름달이 엄청 커~! 나 저렇게 큰 달 처음 봐. 엄마도 그렇지 않아?"

"엉, 그래.. 예쁘네.."

온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뒤 집에 돌아와도 자유로울리 없는 워킹맘의 삶.

아이의 호들갑에 크게 반응해 줄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대답 역시 건성이었다.


"엄마 폰 줘봐. 나 사진 찍을래."

장바구니 깊숙이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는 게 솔직히 귀찮았지만, 아이가 원하니까 결국 꺼내서 건넸다.

아이는 신이 나서 사진을 찍더니 또 묻는다.

"엄마는 저렇게 큰 달이 신기하지 않아? 엄마는 왜 예쁜 걸 보고도 별 감흥이 없어?"


아이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정말 예뻤다.

맞다.

달은 참 예뻤다.

그저 내 마음의 여유가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삶을 살아내느라, 여기저기 치이면서 에너지를 소진하느라.. 나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고 있을까?'


물론 매 순간의 아름다움을 다 느끼며 살 수는 없다.

우리 삶이 그렇게 시적인 순간들로만 채워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걸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잠깐의 여유 속에서 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다.

그날 내가 올려다본 달이 바로 18년 만에 가장 낮은 고도에서 떠오른 '스트로베리 문'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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