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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 Oct 02. 2022

영화는 시간을 타고

사랑은 비를 타고(1952) 후기

*<사랑은 비를 타고>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영화를 틀어준 적이 있고 재밌게 집중해서 봤지만 결말까지 틀어주지 않았었다. 그 이후에 따로 찾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 영화는 언젠가는 봐야 한다고 생각만 하는 영화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재개봉을 기회로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다. 정말로 좋은 경험이 됐다. 이 날을 위해 묵혀두었던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빛나는 영화다. 오히려 세월이 흘러서 빛나는 걸 수도 있겠다. 서사적으로 별 의미 없는 긴 공연 장면, 탭댄스 등 요즘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볼 수 있어 재밌었다.

 

 일단 MGM 사자가 나올 때부터 설렜다. 이 사자 오프닝 되게 오랜만에 봤다.

 

 소소하게 웃긴 장면이 많았다. 처음에 품위 있는 역만 맡았다고 남자 주인공이 인터뷰하는 게 재밌다. 인터넷 같은 게 없던 저 시절에만 가능한 수법이다...


 말장난하면서 Moses Supposes 부를 때 코스모가 뒤에서 얼굴 표정 바꾸는 거랑 어리둥절한 교사를 가지고 노는 부분이 기억난다. 이 장면에서 진 켈리랑 도널드 오코너랑 같이 춤추는데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책상 같은 곳 진짜 가볍게 뛰어오른다. 그리고 도널드 오코너가 춤출 때 팔을 되게 잘 쓴다고 느꼈다. 선이 예쁘다.


 Make ’em Laugh 부분은 진짜 대단하다.(이건 대놓고 슬랩스틱이긴 하다) 어떻게 벽 타고 오른 걸까. 와이어를 쓴 걸까. 앉아 있던 곳이 갑자기 들릴 때랑, 벽에 부딪혀서 얼굴이 망가졌을 때 진짜로 어리둥절하다는 느낌으로 연기하는 게 웃겼다.


 Beautiful Girl 직전 부분이 다른 뮤지컬 영화의 장면 일부를 삽입한 것처럼 나온다. 실제로 다른 영화에 나오는 장면인지 궁금하다. 아닐 것 같기는 하다. 그 장면을 비롯해 누끼 따서 합성한 듯한 장면이 중간중간 있었는데 꽤 깔끔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Beautiful Girl에서 쇼윈도 마네킹처럼 서 있는 배우들이 묘하게 부들거리는 게 보였다. 왜 정지 화면을 안 쓰고 영상을 쓴 걸까.


 제일 좋았던 노래는 'Good Morning'이다. 주요 인물 셋이 노래 부르는데, 셋 다 귀엽다. 오히려 Singin’ in the Rain보다 이 노래가 더 신나고 경쾌해서 좋았다. 그리고 멜로디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목 조심하라고 한 다음에 바로 비 맞으면서 Singin’ in the Rain 부르는 게 웃겼다. 처음에는 그래도 우산 쓰는데 나중에는 내다 버리고, 마지막에는 그냥 지나가던 우산 없는 사람에게 우산을 준다.


 Broadway Melody Ballet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성공함에 따라 춤이 점점 점잖아지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에 이 장면에서 같이 춤추는 게 여주인공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찾아보니까 시드 채리스라는 배우라는데 진짜 춤추는 게 멋있다. 공중으로 떠오른 거대한 천을 옷처럼 휘감은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옷감 안 엉키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다. 코스모(도널드 오코너)가 진짜로 영화 상에서 하는 일이 많다. 주인공보다 하는 게 많다. 주인공은 하는 일이 뭔가 싶을 정도로 많다. 작중에서 주요 아이디어는 다 코스모가 낸 것 같다. 코스모가 알라딘의 지니 같다고 느꼈다. 몸개그 하는 거랑 든든한 조력자 역할이 비슷하다.


 리나도 묘하게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푼수 같은 부분이 많은데, 막상 중요한 부분에서는 변호사 조언을 받는다는 게 웃기다. 그리고 사실 목소리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외모랑 안 어울리기는 하다. 베티 붑이랑 목소리가 되게 비슷하다.


 극초반 시사회 장면에서 맨 처음 등장하고, 캐시가 여동생 역을 맡을 뻔 한 영화의 여주인공이자, 리나에게 캐시의 더빙 사실을 밝힌 젤다라는 캐릭터도 은근히 비중이 있었다. 그런데 이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샐리> 엘다> 젤다 순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나왔다고 한다. 그것 말고도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시사회에서 두 번째로 입장하는 캐릭터가 말레피센트 닮아서 누군지 궁금했다. 배우 이름은 Judy Landon이고, 캐릭터명은 Olga Mara이다. 나중에 이 영화 보면 내가 또 궁금해할 거 같아서 여기 적어놓는다.



Singin' in the Rain


세 줄 요약: 2022년에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기쁘다.

제일 좋았던 노래는 'Good Morning'.

코스모가 지니 같다.


별점: ★★★★☆ (4.5/5)


재관람 의사: 계속 돌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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