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2021년 3월 27일 관람) 후기
익숙한 작가이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고찰해본 적 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관람을 하며 앤디 워홀의 행적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작가의 태도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미술은 돈 많은 일부 계층의 소유가 아닌 모든 대중의 것이라 주장했지만 그 자신은 돈과 명예를 추구하고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은 자신의 미술작품을 통해 이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의 소재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캠벨 수프와 같은 물건들을 택하기도 했지만 당대의 셀럽 같은, 일상과 상당히 동떨어진 듯 보이는 소재를 선택하기도 해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큰 모순점은 아닐 수 있다고 느껴졌다. 앤디 워홀 작품의 값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는 결과적인 것일 뿐, 작품 자체는 대량 생산되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는 앨범 자켓이나 잡지와 같은 대중이 큰 가격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작품도 많이 제작했다.
또한 앤디 워홀이 소재로 삼은 유명인사들이 당시 시대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다양한 곳에서 이미지가 사용되어 대중들이 이들의 아이콘을 수많은 곳에서 접했을 것을 생각하자 작품의 소재로 당시의 유명인사들을 선택한 것도 이해가 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작가는 자신이 추구한 목표인 미술의 대중화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인다. 이 목표가 여러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목표 달성 과정에서 작가 본인이 추구한 부와 명예를 얻게 된 것 뿐, 크게 모순적인 행보를 보인 것 같지는 않다.
여담이지만 앤디 워홀이 자연과 여러 정치적 인물들을 소재로 삼은 것은 소재의 친숙함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 보호나 정치적 신념과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일 것 같다.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세 줄 요약: 미술의 대중화 위해 명료한 소재들 사용한 작품 다수.
이와 달리 작가는 유명세 얻음.
그치만 이는 부가적일 뿐, 미술 대중화에 크게 기여.
별점: ★★★☆ (3.5/5)
재관람 의사: 딱히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