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진 Oct 03. 2022

무당 대신 해석이 필요한 공포영화

랑종(2021) 후기

*<랑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평소에 거의 공포 영화를 보지 않았고 곡성도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척 무섭다고 계속해서 영화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져서 관람하게 되었다.


 홍보한 것만큼 무섭지는 않았다는 것이 영화를 다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우선 중반까지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지지만, 분위기 조성만 하고 있어서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부 퇴마 의식이 시작하고 나서는 공포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계속해서 잔인한 장면만이 나오자 피로감이 느껴졌다. 특히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가 극후반부까지 제시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이미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과정만을 주구장창 보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한 일이었다.


 영화의 후반부를 보다 보면, 결국 언제 끝나는지만을 기다리게 된다. 안타까웠던 것은, 후반부 퇴마 의식 전 영화 장면들은 차곡차곡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을 쌓아준다는 것이다. 특히 퇴마 의식 며칠 전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한 장면과 님이 갑자기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최고로 고조되었다. 후반부를 더욱 아쉽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렇듯 <랑종>은 영화 전반부에서 중반부까지와 후반부의 전개가 크게 차이 나는 영화이다. 같이 관람한 사람 중 후반부를 호평하는 분도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전반부를 재미있게 보았다. 초반부에 나온 다양한 요소들이 뒤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영화 곳곳에서 활용이 된 것이 좋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개고기와 관련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노이는 개고기를 파는 동시에 반려견을 키우는 어찌 보면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는데, 밍은 그 반려견을 물에 산채로 끓이고(이때 비명 소리가 처절하게 나오는 게 오히려 후반에 내장과 피가 나오는 것보다 잔인하게 느껴졌다) 뜯어먹는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도 이에 관한 장면이 나온다. 혼돈의 와중, 개에 빙의된 듯 사족보행을 하고 물어뜯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 나온다. 이러한 장면들은 노이에게 팔린 개들이 복수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맨 처음에 나온, 인간의 영혼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의 것들이 귀신이 될 수 있다는 대사와 뱀술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전반부에서 마음에 들었던 다른 부분은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님이 기도하는 장면으로, 화면이 아름다워 좋았다. 산속 한가운데서 촛불 몇십 개를 꽂아 넣고 기도하는 장면과 달걀을 통해 점을 치는 모습은 오묘하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 영화 초반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초반부에서도 제작진들이 집요하게 촬영을 이어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반부에서는 극한 상황에서도 촬영을 이어가는 당위성(너무 어두워서 주변이 카메라를 통해서가 아니면 보이지 않기에, 도망갈 때도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야 함)이 주어진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위해 화장실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며 촬영을 한다는 설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퇴마 의식 직전에 나온 자동차 이야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가 검은색인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커를 붙여서 귀신을 막으려 하는 것처럼, 퇴마 의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통해 귀신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다. 이후에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 영상을 보았는데, 신내림을 피한 노이의 과거 행적과 ‘속인다’는 행위에 중점을 둔 해석을 재밌게 느꼈다.


 퇴마 의식은 전반적으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밍 대신 노이가 폐허에 간 이유나, 노이에게 빙의한 것이 누군지, 아기와 그 엄마를 모두 밍이 있는 집에 계속 있게 한 이유 등이 특히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영화를 보며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기도 했고, 따로 해석을 찾아보기도 했다. 노이에게 빙의했던 것이 진짜 바얀신이고, 밍에게서 영혼을 빼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악령을 빙의시키는 과정이 영화의 후반부라고 생각했다. 다만 바얀신이 그런 과격한 방법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시아버지의 귀신이 빙의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던데, 가장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아기와 팡을 집에 머물게 한 것은 혈통과 관련해 악귀가 붙은 것이니만큼 같은 혈통의 가족들이 최대한 한 집에 머물러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잘 모르겠다. 다양한 해석을 생각하고 찾아보는 과정이 재밌기는 하지만 좀 더 영화 내에 암시가 있으면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님이 바얀신이 자신에게 깃들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장면에 대한 해석이 여러 가지 있다. 필자는 바얀 신이 더 이상 악령을 막아줄 수 없는 상황에서 님을 편하게 보내준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일련의 사태를 통해 바얀신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확신을 가진 적이 없는 것이니 바얀신이 새삼 처벌의 의미로 님을 죽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을 따른 님이 내일 퇴마의식에서 괴로운 최후를 맞이하기 전에 죽인 것 같다.


곡성을 보았다면 더 잘 이해하고 재밌게 볼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The Medium / RANG ZONG / ร่างทรง


세 줄 요약: 초장부터 피가 많이 나왔지만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다.

영화 내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초반에 비해 후반이 아쉬운 영화.


별점: ★★ (2/5)


재관람 의사: 몇 년 정도 지난 후에 한 번 더 볼 생각은 있지만, 당장은 그닥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는 시간을 타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