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 고흐와 노란색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해바라기와 자기 귀를 자른 것으로 유명하다. 화가는 집, 자화상, 꽃, 자연경관 등 다양한 주제를 그렸으며, 다양한 그림에서 노란색을 적극 활용했다.
반 고흐의 작품 <노란 집 Het gele huis>(1888)은 그의 노란색 사랑을 잘 보여준다. 그림은 화가가 프랑스 아를에 거주할 당시의 집을 모델로 그려졌다. 폴 고갱 또한 9주간 그 집에서 함께 살았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1888년 9월 29일 보낸 편지와 스케치에서 노란 집의 경관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마찬가지로 30호 정사각형 캔버스의 크로키로, 황색 태양 아래, 순수한 코발트 색 하늘 아래 집과 그 주변을 묘사한 그림도 있어. 이건 정말 어려운 주제야!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걸 정복하고 싶어. 햇빛 속의 이 노란 집들과 비할 데 없는 파란색의 상쾌함이 정말 대단해.
땅도 모두 노란색이야. 기억을 더듬으며 그린 이 크로키보다 더 나은 그림을 하나 더 보낼게. 왼쪽에 있는 집은 분홍색이고 초록색 셔터가 있어. 나무 그늘 아래 있는 집은 내가 매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레스토랑이야.
글로만 보아도 생생한 색이 전해진다. 노란 집과 땅이 짙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것을 완성된 그림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같은 노란색과 푸른색의 대조는 화가의 다른 그림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 Korenveld met kraaien>(1890)이다. 반 고흐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후 <나무뿌리 Tree Roots>(1890)를 비롯한 몇 점의 그림이 더 그려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까마귀를 나는 밀밭>이 그의 생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것은, 그림 속 요소 하나하나의 강렬함과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물결치는 밀밭,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과 그 사이를 날아가는 까마귀의 조화는 그림을 절반 넘게 차지한 노란색에도 불구하고 음울한 느낌을 준다.
<Wheatfield Under Thunderclouds>(1890)과 이 그림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890년 7월 10일 고흐의 편지 한 대목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폭풍우 이는 하늘 아래 펼쳐진 광대한 밀밭이야. 큰 어려움 없이 절대적인 고독과 슬픔의 감정을 그려낼 수 있었지. 너도 이 그림을 곧 보게 될 거야. 네가 있는 파리로 가능한 한 빨리 이 그림들을 가져가고 싶단다. 그것들이 내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전원에서 목격하는 활력과 건강을 네게 이야기해 줄 것 같아서야.
마지막으로 살펴볼 모티프는 해바라기이다. 반 고흐는 생전 해바라기를 수차례 그려왔으며, 폴 고갱이 그린 반 고흐의 1888년 초상에서도 고흐는 해바라기를 그리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현재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해바라기 Tournesols>(1888)의 4번째 버전은 위에서 살펴본 그림들과 달리 그림 전체를 노란색이 차지한다. 배경과 주제 모두에 한정된 색상이 사용됐지만, 마냥 단조롭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반쯤 시든 해바라기와 꽃잎이 완전히 떨어진 해바라기가 화병에 섞여서 꽂혀 있으며, 황갈색으로 묘사된 꽃의 중심부가 시선을 잡아 끈다. 그가 그린 다양한 해바라기 그림이 이 정물 구성을 공유하며, 버전에 따라 배경이 하늘색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빈센트 반 고흐는 다양한 주제를 노란색을 사용해 그린, 노란색과 함께 살아간 화가이다. 색과 색의 결합과 대조, 특유의 물결치는 듯한 화풍과 붓터치의 조합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오래도록 남긴다.
오는 11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에서 반 고흐의 삶이 담긴 작품들을 보는 것은 어떨까? 사후 새롭게 평가받은 후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화가가 된 이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