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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 Jul 20. 2022

아직 남은 이야기

토르: 러브 앤 썬더(2022) 후기

*<토르: 러브 앤 썬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개봉했던 <토르: 라그나로크>와 같은 감독이 4편을 제작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다. 어디서 인가 코난 바바리안과 비슷한 느낌의 모험 영화가 될 거라고 해 <코난 - 바바리안>(1982) 영화를 개봉을 기다리며 보기도 했다. 두 영화가 느낌이 전혀 다른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건지 모르겠다. 혹시 영화판이 아니라 만화판 코난은 훨씬 밝은 분위기였던 걸까.


 어쨌든 이번 토르 영화는 3편과 같이 정신없는 개그로 가득 찬 영화였다. 웃기는 대사나 상황이 많았던 것은 물론이고 연출도 가벼운 느낌이 많았다.


 토르와 제인이 영화에서 처음 조우하는 장면에서 뒤의 배경으로 있던 불타는 집이 무너져 내린다든지, 전쟁터의 아기 토르의 모습, 3편의 그랜드마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제우스의 등장 장면, 토르의 다리 찢기 등이 그렇다. 직접 배우가 자세를 취한 걸까, CG였을까. 너무 일자로 잘 찢어서 CG였을 거 같긴 하다.


 <앤트맨>의 루이스가 생각났던 코르그의 내레이션도 재밌었다. 둘이 콜라보하면 좋겠다.


 또한 후반부 아이들의 전투 장면 등에서 영화가 어린이 친화적이라 느꼈다. 짱구 극장판이랑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나 이해된다.


 이러한 개그 분위기에 상당히 불호 평이 많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미디를 좋아해서 이 부분은 좋았다. 다만 아스가르드인들의 발할라 농담은 잘 못 따라가겠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다.


 중간중간 적절하게 치고 들어온 BGM은 영화의 다른 장점이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Immigrant Song(극초반부랑 극후반부에 아아아 하는 그 노래)에 이어, 이번에는 Sweet Child O' Mine 등의 노래가 쓰였다.


 또한 영화 전반에서 계속해서 토르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토르가 뒷전으로 밀려난 세대교체 영화가 될까 봐 긴장했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판을 벌린다는 느낌보다는 이전 작에서 쌓인 짐을 정리하고, 감독이 보고 싶은 내용을 가득 넣었다는 느낌이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제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아스가르드인들과 발키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등이 그렇다. 사심이 느껴진다. 좋다.


 영화의 내용과 배우의 계약이 끝났다는 소식 때문에 이 영화 이후로 토르를 보지 못할까 걱정했다. 마지막에 'Thor will return'이 떠서 다행이었다. 토르에게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지 기대된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쉐도우 렐름 씬이다. 도착하자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고, 영화의 악역인 고르가 튀어나와서 주인공을 압박하고, 그 와중에 번개를 써서 싸우자 번개 빛을 받은 부분이 컬러로 바뀌는 표현이 정말 멋있었다. 더 길었으면 피로했을 거 같아 쉐도우 렐름 장면이 더 길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다시 돌려보고 싶은 연출이다.


 여담이지만 쉐도우 렐름이란 이름이 어색하다. 그림자 구역 정도로 해도 됐을 것 같다. 사실 다른 이름이면 음역을 했어도 괜찮았을 거 같은데, '쉐'자와 '렐름'자가 잘 안 쓰는 글자라서 그런지 유독 튄다. 붙여놓으면 더 이상하다. 쉐도우렐름쉐도우렐름쉐도우렐름쉐도우렐름...


 일부러 예고편을 비롯한 영화 관련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고 가, 제우스의 캐릭터가 당황스러웠다. 세계관 확장으로 이어지는 아군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무사안일주의에 보신주의인 인물이었다. 다만 워낙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막장이었던 신이었기에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토르랑 제인이 왜 헤어졌는지 묘사가 드디어 된 것이 좋다. 2편 결말에서 토르가 그런 선택까지 했었는데, 3편에서 뜬금없이 둘이 헤어진 것으로 표현됐었다. 영화 속 커플들의 제일 큰 적인 계약 문제 때문에 그렇게 처리된 것은 알지만, 지나가는 대사로라도 이유를 알려줬으면 했다.


 그렇기에 영화 시점 전 둘 관계를 표현된 것이 마음에 든다. 헤어지기 전 알콩달콩하던 시절부터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을 투자해 보여준 것은 감사하기까지 하다. 핫도그 옷까지 입으면서 귀엽게 연애를 했을 줄은 몰랐다. 둘이 헤어진 게 어느 때보다 안타까웠다.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향한 둘의 마음이 여러 번 나타나서 좋았다. 덕분에 영화 마지막 제인과 토르의 선택이 이해되고 더욱 개연성이 생겼다. 결국 사랑이 상대를 위해 희생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게 한 것이다.


 다만 영화가 왜 비판받는지는 이해가 된다. 영화의 전개 전반이 너무 엉성했다. 그리 다양한 스토리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잘 이어지지 않아 툭툭 튀어나온다는 인상을 줬다.



Thor: Love and Thunder


세 줄 요약: 토르를 향한 감독의 사심이 보임.

토르와 제인의 관계 묘사 많음.

전개가 엉성함.


별점: ★★★★ (4/5)


재관람 의사: 굳이 영화관 가서 또 보고 싶지는 않다. VOD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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