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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 Travel Jan 03. 2023

러시아에서 먹고 산다는 것

맛에는 별 관심없는 사람들

러시아에서의 먹거리에 관련한 글이 많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있다하더라도 러시아의 전통음식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을 터인데 그도 그럴것이 러시아인들이 먹는 음식들 대부분이 외국음식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로프라는 볶음밥은 우즈베키스탄 음식이고, 필자가 러시아에서 제일 좋아 했던 음식 중 하나인 샤슬릭이라는 꼬치 고기구이 또한 아르메니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조지아(미국의 주 이름이 아니고 나라 이름, 러시아식으로는 그루지야라 읽는다) 음식이 아주 맛난 음식으로 통한다. 조지아식 만두인 힌칼리나 빵 안에 계란을 넣어서 만든 하차푸리 등은 러시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자 러시아인들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플로프, 샤슬릭, 힌칼리, 하차푸리


그렇다면 러시아 고유의 음식은 뭐가 있을까? 러시아는 여러 연방관구(85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22개는 자치공화국이다. 세계 1위의 커대한 땅에 여러 민족, 여러 공화국이 있으니 러시아 고유음식이라고 하기엔 한 국가자체가 너무 크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주 인구층인 슬라브인들을 대상으로 모스크바와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이야기 하자면 보르쉬와 블린 정도가 있겠다. 보르쉬는 한국으로 치면 된장국 정도가 된다고 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인이 알려줬다. 고기 스프인데, 요즘은 조금 익숙해진 비트라는 자줏빛 무로 색을 낸 것이 인상적이다. 러시아인들은 보르쉬 위에 스메타나라는 유제품을 올린 후 스프와 섞어서 먹는데, 이 스메타나라는 게 한국인에게 익숙치 않을 뿐더러 살짝은 기분 나쁜(상한 듯한) 시큼함이 있어서 필자는 러시아를 떠날 때까지 입에도 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보르쉬는 추운 날 식당에서 빵과 함께 먹으면 나쁘지 않다. 다음으로 블린은 러시아식 팬케이크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영국식 펜케이크와 달리 아주 얇은 것이 특징이다. 두 세번 접거나 말아서 꿀 등의 달달한 소스를 찍어먹기도 하고, 속에 햄이나 계란, 훈제 연어 등을 넣어서 먹기도 하고, 관련 프렌체이즈점(쩨레목)이 러시아 전국에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시큼한 맛의 흑빵이라던가 만두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훨씬 작은 뻴메니 등도 있다. 뻴메니 속에는 여러가지 속이 들어갈 수 있는데, 한 번은 실수로 체리가 들어간 뻴메니를 사서 라면 끓일 때 넣었더니 몇개가 터지며 속이 라면국물로 흘러나와 형용할 수 없는 아비규환의 맛이 되어 버렸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보리쉬, 블린, 흑빵, 뻴메니


러시아의 고유음식보다도 밖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음식은 사실 패스트푸드다. 버거킹, KFC, 맥도날드 등 러시아의 어느 도시를 가든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널려있다. 2022년 1분기 빅맥지수에서 러시아가 꼴찌(제일 싼 -$1.74)를 차지한 것도 어느정도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패스트푸드는 다른 음식들에 비해 엄청싸고 맛이 좋다. 필자와 친구들은 KFC에서 파는 바스킷 윙을 주로 먹었는데 만원정도 되는 가격에 윙이 25개가 들어있어서 치킨이 그리울 때마다 찾곤했다. 러시아에 여행을 와서 특이한 것을 먹고 싶다고 기웃기웃하다가 결국엔 패스트푸드점에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구이 통닭과 샤오르마라는 음식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값이 매우 저렴한데 예비학부에서 공부하는 동안 러시아어 선생님은 우리더러 함부러 거리에서 뭔가를 사먹지 말라고 그랬다. 닭이 아닌 비둘기라는 소문이 있을정도. 샤오르마는 케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얇은 빵 위에 세로로 구운 고기와 야채 등을 넣고 빵을 접어 내어주는데 위에 스메타나를 얹는 러시아인들도 많다. 


아래 둘은 전기통닭과 샤오르마


러시아에서 살며 표면적으로 받은 느낌은 러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맛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옛날처럼 아직은 먹고 살기가 팍팍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균 대략 월 180만원), 아마 맛집을 찾아다니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이야기 하기론 집에서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고, 어쩔 수 없을때만 나가서 외식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식을 꼭 먹어보고 러시아 음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정식을 몇번 먹어봤지만 특별히 사먹는 음식보다 맛있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러시아는 먹는 것 조차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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