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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Nov 13. 2023

이해받고 싶니? 그럼 예술이 아닌 과학을 해야지

그녀가 올라탔다

그녀가 올라탔다




그가 아침을 빗질하고 있다


빗이 지나간 곳마다 솟아나는 봄, 봄


가슴에는 풀물이

이마에는 찻물이

볼에는 꽃물이

꽃에는


꿈틀거리는 그녀 입꼬리에서 들어가는 그


살랑이는 나비가 날아올라

그의 보따리를 열어본다

쫄깃한 사연을 묻어둔 수선화가

그 안에 피어 있다


구슬비가 매발톱에 안겨 있다


'올라탄다'는 문장이 아지랑이에 잠긴다


들뜬 목소리가 매화향이다



[시작 노트]


두 번째 시 '봄이 올라탔다'를 처음 썼던 대로 되돌려본다.

활자화된 시를 읽자니 미흡한 부분이 눈에 자꾸 박힌다.

수정할 수  없으니 브런치에나마 올려본다.


시와 수필  모두 배울수록 쉽지가 않다.

묵직한 배는 촐랑거리지 않는다.

흥분하면 깜박깜박 잊어버리지만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언행에 신중하고 싶다.

최근에 원하던 선생님께 배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배우고 싶어 하던 문인들을 알고 있다.

나의 순서가 올 지는 미지수였고 아득한가 싶었다.

구하라, 그리고 두드려라.

평소 용기가 있기보단 안분지족을 추구했던 나였으나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무의식에선 달랐다.

그래서 속이 불편했다. 편두통은 운명을 거부하는 무의식이 만든 분화구였는지 모른다.


부족하나 작가의 꿈에 에움길을 돌고 돌아 가닿은 후로 나는 운이 좋다.

너무나 감사할 일이다.

스승은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 연극, 공연을 빠짐없이 챙긴다고 하셨다. 일가정양립으로, 행사로 바쁘다는 것은 열정이 부족하다는 증거였다.

내게서 팝송과 로설, 영화를 접하고 따라다녔던 동생이 미술과 뮤지컬 티켓을 예매해 앞장서는 덕에 그나마 대화에 낄 수가 있다.

어제저녁 수업에서는 친히 책을 읽어주시면서 꼭 가야 할 전시회를 어주셨다.

그중 하나는 오늘 가능하면 가보려 한다.


스승인 두 분을 뵐 때 나는 글 쓰는 운에 대한, 오래 사무쳤던 무의식의 절규에 응답해 준 우주의 기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복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숨어있던 인복에 뭉클하다. 동시에 미흡한 글, 부끄러운 자아를 보는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겨울을 향해 나아가는 바람의 발자국의 보폭이 점점 빨라진다. 어깨가 경직되고 가슴은 웅크려지고 이제는 맨발에 양말을 신어야 할 듯한데, 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따뜻한 봄을 꿈꾸는 것도 정신적 보온도시락이 아닐까 나만의 수양법이다.

봄은 언제나 새롭고 생소한 듯하며 낯설다.

알 것 다 알듯하다가도 갸우뚱하다. 그때그때의 의식 상태에 따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그 생명력이 전이되어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올라탈 수밖에 없다.


이해를 받는 시를 쓰고자 했던 나는 최근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 한 문장에 난 사로 잡혀 있다.

이해를 바란다면 과학을 하라,

                예술(문학 포함)은  오해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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