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으로 되찾은 시간과 의지
<흑과 백>
사람 향기가 물씬 나는 불무공원 벤치에 앉았다. 앙증맞은 아기가 땅을 딛고 선다. 경이로운 표정을 문 젊은 아빠는 열렬히 응원한다. 토끼 같은 아기의 표정이 햇살 같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작은 신발에서 삑, 삑, 소리가 난다. 영상을 남기는 엄마의 등에서 기쁨이 흘러나온다. 내게도 저런 때가 있었다.
우리는 때가 되면 기고, 서고, 걷는다. 걷는 사람임을 증명하듯 엄마는 평생을 걸었다. 신혼 땐 논두렁 밭두렁을 넘었고, 도시로 나와선 일용할 양식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뛰었으며 퇴직 후엔 손자를 위해 걸었다.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투병할 때도 환자들이 잠든 밤에 복도를 밟았다.
너무 혹사한 탓일까. 뼈가 주저앉고 무릎 연골마저 무너졌다. 서로를 의지하던 뼈는 어긋나 휘고 시간의 무게에 신장이 눌렸다. 가까운 유원지마저 그림의 떡이 되었다. 게다가 엄마의 방심을 틈타 적기의 수술 기회마저 달아나고 말았다. 물이 차올라 퉁퉁 부은 무릎을 이끌고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갑자기 걷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섬찟한 단언이 엄마 무릎에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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