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없어도 떴던 자리를 기억하는 해바라기
아빠와의 서툰 화해 이후, 나의 일상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빠는 여전히 머리 묶기가 서툴렀지만, 매일 아침 십 분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해 애썼다. 머리핀은 삐뚤어지고, 묶음 머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기 일쑤였지만, 그 모든 서툼 속에 담긴 아빠의 진심이 내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나는 이제 아빠의 불완전한 사랑과 엄마의 부재가 만든 그림자를 동시에 껴안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내 안의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이 한부모 가정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들이 무심히 던지는'낯선 질문들'이었다. 그 질문들은 대부분 악의가 없었다. 순수한 호기심이거나, 때로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열두 살 소녀의 가슴에는 매번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박혀 들었다.
쉬는 시간, 복도 창가에서 민서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교정을 물들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올라왔다.
"예진아, 너희 엄마는… 그, 왜 암에 걸리신 거야?"
순간 숨이 멈췄다. 내가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이었다. 마치 엄마의 죽음이 어떤 명확한 이유나 설명으로 인해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여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은 모든 비극에 이유를 붙이고 싶어 했다.
"나도 몰라. 그냥… 병에 걸리신 거지." 나는 최대한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민서는 여전히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엄마는 늘 몸에 안 좋은 거 먹으면 암 걸린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너희 엄마는 혹시 뭐 안 좋은 걸 많이 드셨어?"
나는 민서를 쏘아보았다. 민서의 얼굴에는 정말로 단순한 궁금증만 있었다. 악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진무구한 질문이 무서웠다. 엄마의 투병과 죽음을 단지 식습관 문제로 단순화하고, 그 책임을 고인에게 돌리려는 듯한 세상의 잣대처럼 느껴졌다.
"우리 엄마는 몸에 좋은 것만 드셨어. 엄마는 잘못한 거 없어!"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의 소리를 지르듯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민서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미안해… 난 그냥 궁금해서…"
순간적인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민서의 눈빛에서 나는 다시 한번'특별하고 예민한 아이'라는 딱지가 붙여지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부재는 나에게 예민함을 선물했고, 세상은 그 예민함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질문은'엄마 없이 괜찮아?'였다. 학원 선생님, 이웃집 아주머니, 심지어 아빠의 직장 동료까지. 나를 만나는 모든 어른이 마치 짜 맞춘 듯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는'너는 당연히 괜찮지 않을 거야'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나는 항상 밝게 대답했다. "네, 저는 괜찮아요! 아빠가 잘 챙겨주세요." 이 거짓말에 점점 능숙해졌다. 내가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만 그들이 나를'정상적인' 아이로 취급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울해하거나 힘든 기색을 보이면, 그들은 즉시 나를'엄마 잃은 불쌍한 아이'라는 투명한 상자 속에 가두고, 그들의 연민과 동정으로 나를 질식시킬 것 같았다.
한 번은 친척 모임에서 사촌 언니가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예진아, 너희 아빠는 혹시 재혼 생각은 없으시니? 너도 엄마가 필요하지 않겠어?"
충격이었다. 언니는 마치 내가 엄마 없이 사는 것이'불완전한 상태'이며, 빨리'완전한 가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아빠와 나의 관계, 우리 가족이 쌓아온 노력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말이었다.
"저는 지금도 괜찮아요. 우리 아빠랑 저, 둘이서도 잘 지낼 수 있어요."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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