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채권에 관심이 생긴 친구에게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제/경영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들어 소설문학이 우위라나. 국민 주식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의 주가 차트를 보면 이해가 된다. 9만 원을 찍고 내리 하락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우량주 장기투자자가 되리라 마음먹은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가 되었다. 기준금리 3.25%라니. 아래 표를 보면 얼마나 오래간만에 3.25%라는 수치에 도달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점 대비 얼마나 단숨에 많이 올렸는지도.
2009년에 대학을 들어간 나는 본격적으로 경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저금리'시대를 살아왔다. 한동안에는 이러한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한국은 저성장 국가로 접어들었고, 19년도에는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된 적도 있었다. 당시엔 "인플레이션"은 끝났다는 식의 글도 종종 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지속적으로 더 싼 물건들을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거다. 기준금리를 폭발적으로 올릴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펼쳐졌는지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코로나가 왔고, 제로금리 시대를 잠시 경험했다가, 1년 만에 3.25%까지 왔다. 그렇게,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고금리 시대를 만났다.
은행이자 5%만 나와도 투자 안 할 거야
언젠가 회사 선배들은 은행에서 5% 이자만 받을 수 있어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S&P 연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하고, 코스피는 박스피로 10년을 있었다. 8%라는 수익을 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와 변동성을 생각해보면, 그런 고통 없이 5%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 (주식시장에서 매년 연평균 5% 이상의 수익을 내는 개미들도 많지 않다.) 최근에 은행 예금에 뭉칫돈이 몰린다는 기사가 쏟아지는 걸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은행 예금으로 옮겨갔나 보다. 그리고 이런 흐름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에게 채권은 또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온라인으로 매수한 채권 규모 지난해 매수 규모 대비 약 1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온라인 채권 개미의 건당 투자금액은 1000만 원 이하가 과반을 넘는 56%로 소액투자자가 온라인 채권 투자를 주도했다. (https://www.fnnews.com/news/202211231803472424)
채권투자,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지난 달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친구는 이제 100일이 지난 아기를 두고 나왔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이렇게 긴 시간 외출은 처음이라고 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각자 부업 삼아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블로그에 소소한 일상과 나의 부수입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는 친구가 물어왔다. "채권투자,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주식 배당보다 좋아 보여".
나는 지난해까지 기관에서 채권 투자자로 일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로서 채권을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지금도 채권이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한 와중에/ 안정적인 등급의 채권이 고금리로 거래될 때/ 일정 부분 내 포트폴리오에 담아 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데, 그만큼 나한테는 어중간한 투자 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친구가 물었을 때 무어라 분명히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관련 기사에서 항상 덧붙이는 문장이다. 정말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보통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기 때문에 매번 기사에서 다시 한번 언급해준다. 개인이 채권투자를 어떻게 하는지에 앞서, 채권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권의 개념부터 이자수익과 자본차익에 대한 설명부터, 은행 예금과 은행 채권은 어떻게 다르며, 주식거래와 채권거래의 차이점 등 전반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채권은 거래방법도 다소 까다롭다. 장내채권/장외채권이라는 구분을 알아야 하고, 증권사별로 판매하고 있는 장외채권의 종류도 다르다. 살 때는 쉽게 사도, 팔 때는 증권사에 전화를 해서 팔아야 하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들어갔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거나, 돈이 장기로 묶일 수 있다.
나와 같은 개미 채권투자자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투자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채권투자 후기 겸 소소한 정보 공유 글을 써보려고 한다.
다음 편. 금리가 오르는데 왜 채권 가격은 떨어질까?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