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최근 들어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량한 회사의 채권은 금리가 대부분 1~2%에 불과했다. 부동산,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였는데, 이자를 1~2%밖에 주지 않는 채권이 매력적 일리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잔존만기 1~2년짜리 AAA등급 우량 단기채권으로도 5%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되자 생에 처음으로 채권투자를 시작한 개인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채권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생소한 개념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지 않았나. 금리가 오르면 좋은 거 아닌가? 금리가 오르는데 가격은 왜 떨어지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연 5%의 이자를 주는 채권을 1만 원에 산다면 어떻게 될까?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서는 은행 예금처럼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같이 받는 걸로 단순하게 생각해보자(보통 회사채는 연 4회, 국채는 연 2회 이자를 나눠서 지급한다). 1년 뒤 나는 1만 원의 원금과 500원의 이자를 상환받게 된다. 이 정도 수익률이 마음에 든다면 이 채권을 '매수' 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5%짜리 채권을 사자마자 금리가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내가 5%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을 했는데, 다음날 금리가 올라서 1년 정기예금 이자가 10%가 됐다고 다소 극단적으로 가정해보겠다. 나는 어제 가입한 5% 정기예금을 깨고 10%로 다시 갈아타고 싶어 질 거다. 이제 은행에서 5%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같은 조건인데 10% 예금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다른 조건이 똑같다고 하면 5% 보다는 10% 이자를 주는 쪽으로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은행 예금에 가입한 경우라면 어제 가입한 정기예금을 깨고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쪽으로 갈아타면 된다. 하루치 이자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 편이 더 이득이다. 그럼 채권은 어떻게 하면 될까? 이미 나는 5%짜리 채권을 샀는데, 금리가 올랐으니 기존 채권을 팔고 10% 이자를 주는 새 채권으로 갈아탈 수 있을까?
여기서 예금과의 차이점이 발생한다. 나는 채권을 '매수'했기 때문에 먼저 '매도'를 해야 한다. 예금은 은행에 가서 해지하겠다고 하면 된다. 가입기간 동안의 이자를 좀 포기해야겠지만 은행에서는 원금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채권은 주식처럼 '매도'를 해야 하는데, 내가 팔고 싶을 때의 가격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앞서 금리가 올라서 세상에는 10%짜리 채권이 생겼다고 했다. 이 경우에 내가 샀던 5%짜리 채권이 잘 팔릴까? 같은 값이면 다들 10%짜리를 사려고 할 텐데, 내가 산 5%짜리 채권이 제값에 팔릴 리가 없다. 내 채권을 팔고 싶으면 싸게 할인을 해줘야 한다. 얼마만큼 할인을 해줘야 할까? 10%대의 채권(연 1,000원의 이자 수익)과 비교해도 매력적일 정도로는 깎아줘야 내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내가 5%짜리의 채권을 샀는데 금리가 폭락했다고 생각해보자. 이제 세상에는 1%짜리 채권밖에 없다. 이 경우 5%씩이나 이자를 주는 채권은 다른 채권들에 비해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현실에서는 채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답니다. 여기서는 가정을 위해 단순화했어요.)
이렇게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움직이는 방향을 잘 생각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물론 금리가 올랐지만 나는 기존에 샀던 5%짜리 채권을 계속 가지고 갈 수도 있다. 가격이란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내가 계속 갖고 있을 수도 있다. 10%대의 이자를 못 받는 것은 마음 아프나 5%에 만족하고 1년 뒤 만기 때 원금과 500원의 이자 돌려받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