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는 정형화된 향이 난다.
복잡하고 매혹적인 팝콘의 내음은 사계절 내내 건조함을 유지하는 냉난방기의 기류를 타고 후각을 간질인다.
상우는 눈을 감고 그 익숙한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스텔라 11시 20분 영화 입장 가능하십니다!’
대리석 벽을 타고 명랑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상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어른이 되면 꼭 영화를 자주 보고 짤막하게라도 감상평을 남기겠노라’ 다짐했던 고교시절 로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집 근처의 극장에 혼자 들러 숙제를 하듯 영화를 소화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극장 인테리어의 미묘한 변화, 아르바이트생의 교체 여부 등도 대충 파악하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가슴팍에 커다랗게 ‘교육생’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은 이제 수습 딱지를 떼었는지 지난번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상우의 손에는 아르바이트생이 경쾌하게 외치던 ‘인터스텔라 11시 20분’ 영화 티켓이 들려있었다.
상우는 ‘성인 두 명’이 명확하게 인쇄된, 영수증 같은 티켓을 바라보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상우는 빳빳하고 보존가치가 충분해 보이던, 예전의 그 영화 티켓을 좋아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그였지만 영화 티켓만큼은 클리어 파일에 모아서 보관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2010년대부터였을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극장에서 영수증 같은 티켓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처음 극장에서 그 이상한 티켓을 받았을 때 상우는 습관적으로 ‘영수증은 버려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며 표를 받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다.
상업적인 미소와 함께 ‘네’라고 답한 직원 역시 관성적으로 표를 찢고는 화들짝 놀라서 ‘헉’ 소리를 내며 그를 불러 세웠다.
직원은 죄송하다고 하며 티켓을 다시 붙여주었다. 상우는 혼란을 주어 본인이 더 죄송하다며 서로 굽신거렸다.
그날의 기억이 뇌리에 스쳐 그만 웃음이 슬쩍 나오고 말았다.
‘성인 두 명’ 중 한자리를 차지하기로 약속했던 보연은 결국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오지 않았다.
상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설겁게 쥐고 있던 얇디얇은 표를 꽉 쥐어 구긴 후 홀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