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만든 동화
‘내리쬐는 하늘 위에서 악어가 나타났다!’
근래에 파충류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서였을까. 책을 보며 놀던 아들이 하는 혼잣말이 흥미로웠다.
- 내리쬐는 하늘 위에서 악어는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
- 아~ 그게 악어가 하늘 위에 숨어있다가 뿅 하고 나타났죠!
- 아빤 아들 이야기가 너무 재밌는데.. 우리 이걸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때?
- 좋아요!
- 그럼 한 번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동화를 만들었다.
제목: 내리쬐는 하늘 위에서 악어가 나타났다!
쿠르릉!
“이상하다? 날이 쨍쨍한데 왜 갑자기 천둥 번개가 쳐요?”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던 봉봉이가 묻자 아빠가 대답했어요.
“아~ 가끔 이렇게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치기도 한단다~”
봉봉이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어요.
그런데!
햇볕이 내리쬐는 하늘 위에서 갑자기 악어가 뿅 하고 나타났지 뭐예요?
그러더니 다시 커다란 소리가 꾸르릉!
‘오잉? 악어가 왜 하늘에서 나타났을까?’
봉봉이는 악어가 떨어진 곳을 향해서 후다닥 달려가 봤어요.
그곳에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악어가 있었어요.
악어가 봉봉이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말했어요.
“아이코! 너 내가 여기 있는 것 어떻게 알았니?”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려와봤지! 넌 왜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악어가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건 비밀인데.. 너에게만 알려줄게. 사실 우리 악어들은 가끔 사람들 몰래 하늘나라에 놀러 가곤 해”
악어의 이야기를 들은 봉봉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하늘나라에는 왜 놀러 가는 거야?”
“구름 위에서 춤추고 놀면 정말 신나고 재밌거든! 즐겁게 놀다가 비가 오는 날 몰래 강으로 뿅~하고 뛰어서 돌아오는 거야.”
신나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악어가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그런데 어제 비가 내릴 때 내가 깜빡하고 구름 위에서 잠이 들어가지고.. 강으로 못 돌아온 거야..”
“저런.. 친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려서 깜짝 놀랐겠다. 근데 오늘은 비가 안 오는데 왜 내려왔어?”
악어는 머쓱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어요.
“사실 비가 오는 날 몰래 퐁당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배가 너무 아픈 거 있지.. 화장실을 가려고 뛰어내렸어. 그걸 네가 발견했지 뭐야!”
“그랬구나~ 뾰족뾰족해서 벼락인 줄 알았던 것이 네 날카롭고 힘센 이빨이었고 천둥소리인 줄 알았던 것이 네 커다란 방귀 소리였다니!”
“하하하 내가 좀 엄청나지! 놀랐다면 미안해~ 그런데 오늘 나를 만난 것은 비밀로 해줄 수 있겠니?”
으쓱하던 악어가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소곤 부탁했어요.
“알겠어! 사람들이 자꾸 하늘을 쳐다보면 악어 친구들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나만 알고 있을게!”
봉봉이도 작은 목소리로 약속했죠.
“넌 참 배려심이 넘치는 아이구나! 고마워! 잘 가!”
악어는 활짝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그때 봉봉이를 찾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봉봉아! 봉봉아!”
봉봉이는 아빠에게 달려가 안겼어요.
“아이고 아들 어디에 갔었어~ 걱정했잖아~”
“헤헤 죄송해요. 잠깐 친구를 만났어요.”
“친구가 있었어? 누군데?”
“비밀이지롱~!”
봉봉이는 다시 아빠의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놀이터에 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