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는다’는 의미
주말 아침,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놀러 가기로 하여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손을 흔들며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아이가 말했다.
- 아빠, 다리가 아파요.
- 응? 신발이 혹시 불편하니?
- 아뇨.
- 그럼 다리가 어디에 부딪혔나?
- 아뇨. 그냥 걷는 게 힘들어요.
- 그래? 이제 막 나왔는데 벌써 다리가 아파? 걱정이네.
안아달라는 의미인가 생각하던 찰나 아이가 말했다.
- 음.. 아빠, 내 말은 조금만 천천히 가 달라는 거예요.
- 아.. 아빠가 너무 빨리 걸었니?
- 네~ 나는 아직 어린이라서 아빠 손 잡고 걷을 때 아빠가 너무 빨리 가면 다리를 여러 번 움직여야 하니까 조금 힘들긴 하죠.
- 그럼 아빠가 천천히 걸을게. 혹시 아빠 걸음이 다시 빨라지면 다시 알려줘. 속도를 조절해볼게.
- 좋아요. 아빠가 천천히 걸으니까 다리가 안 아파졌어요!
천천히 걷다 보니 아이는 평소처럼 안아달라고 하지 않았다.
조금 느리게 걷다 보니 스치는 풍경에 대해 아이와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간 내 생각대로 아이의 상황을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이랑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아이의 속도에 주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