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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Jun 27. 2022

느리게 걷는 연습

‘같이 걷는다’는 의미


주말 아침,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놀러 가기로 하여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손을 흔들며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아이가 말했다.


- 아빠, 다리가 아파요.


- 응? 신발이 혹시 불편하니?


- 아뇨.


- 그럼 다리가 어디에 부딪혔나?


- 아뇨. 그냥 걷는 게 힘들어요.


- 그래? 이제 막 나왔는데 벌써 다리가 아파? 걱정이네.


안아달라는 의미인가 생각하던 찰나 아이가 말했다.


- 음.. 아빠, 내 말은 조금만 천천히 가 달라는 거예요.


- 아.. 아빠가 너무 빨리 걸었니?


- 네~ 나는 아직 어린이라서 아빠 손 잡고 걷을 때 아빠가 너무 빨리 가면 다리를 여러 번 움직여야 하니까 조금 힘들긴 하죠.


- 그럼 아빠가 천천히 걸을게. 혹시 아빠 걸음이 다시 빨라지면 다시 알려줘. 속도를 조절해볼게.


- 좋아요. 아빠가 천천히 걸으니까 다리가 안 아파졌어요!


천천히 걷다 보니 아이는 평소처럼 안아달라고 하지 않았다.


조금 느리게 걷다 보니 스치는 풍경에 대해 아이와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간 내 생각대로 아이의 상황을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이랑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아이의 속도에 주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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