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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Apr 21. 2022

괜찮아. 그러고 싶었어!

양보


아들 인생 31개월  시절의 대화



아들은 평소 사촌동생들을 정말 예뻐한다.



본인도 어린이이면서 아가들을 보면 어떻게든  아이 같은 목소리를 내며 놀아준다.



2020 11월의 주말, 동생 부부와 조카가 놀러 왔다. 아들은 평소처럼 1 어린 동생에게 갖은 사랑을 표현하며 함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어떻게 노는지를 살펴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사촌동생이 먼저 아들의 놀이방에서 이것저것 놀잇감을 가지고 놀던 상황이었다.



아들이 살며시 사촌동생에게 다가가더니 쪼그려 앉아서 고개를 기울인  이야기했다.





“OO아 오빠가 어떤 것을 가지고 놀아도 되니? 네가 지금 갖고 놀고 있는 것 중에서 어떤 걸 나한테 빌려줘야 네가 화나거나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아?”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동생 부부가 귀가한 후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  아까 OO 이에게  그렇게 물어본 거야?”



“응? 어떤 거?”



아들이 OO 이에게 어떤 장난감을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봤잖아. 분명  장난감은 아들 것인데 그렇게 물어본 이유가 있어?”



“아~ 그거~ OO이가 장난감을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잖아. 아무리 내 거여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가져가면 속상할 수도 있으니까 물어본 거야.”



“우와 멋지다. OO 이에게 친절하게 물어봐주고 많이 양보해줘서 고마워. 양보는 어른도 하기가 힘든 건데 아들 참 대단하다. 아빠는 감동받았어! 그런데 아들~ 만약에 우리 아들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선뜻 빌려주기 어렵거나 먼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면 있다면 ‘내가 가지고 노는 동안 잠시 기다려줄래?’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아.”



“응! 알겠어! 그런데 아빠, 오늘은 진짜 OO 이에게 모두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서 괜찮아!”



한치의 구김도 없이 맑게 웃는 얼굴, 서운함이라고는 묻어나지 않는 말투에서 아이의 진심이 느껴졌다.


아이에게 또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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